바람에게

바람에게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날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고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

자꾸 가라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숲의 나라로 나를 데려가다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겠다

삶의 절반은 뉘우침 뿐이라고

눈물 흘리는 나의 등을 토닥이며

묵묵히 하늘을 보여준 그 한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