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선 안.
지구를 떠난 지 1개월 지났을 무렵 승무원 간에 문제가 생겼다.
한 남성 승무원이 한 여성 승무원에게 억지로 입맞춤을 하려 했다가 이를 제지하려던 또 다른 남성 승무원과 주먹다짐을 벌인 것.
싸움은 꽤 심각한 수준까지 이어졌고 우주선 안은 이내 아수라장이 됐고 승무원들 사이의 팀워크는 완전히 깨져버렸다.
화성에 도착하려면 아직 8개월이나 더 남았지만 화성 탐사 임무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영화 속 이야기일까?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물론 화성탐사를 가상한 실험에서지만 말이다.
1999년 러시아 의생물학연구소는 화성탐사 기간 동안 우주선 안에서 일어날 여러 가지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자 가상탐사팀을 꾸렸다.
4명의 러시아 우주인과 일본, 캐나다, 오스트리아 과학자들로 이뤄진 이 팀은 가상우주선 안에서 110일 동안 고립된 채 머물렀다.
우주선 안에서 심리나 인체에 나타나는 변화를 확인하는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험을 시작한지 1개월 쯤 됐을 때 실험팀의 유일한 여성 참가자였던 캐나다의 주디스 라피에르 박사가 도움을 요청했다.
러시아인 선장이 실험의 일환이라며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려했고, 이 과정에서 승무원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다는 것.
러시아 측에서는 문화 차이라며 이를 이해하라고 설득했지만 일본인 참가자는 가상우주선에서 나와 버렸고 라피에르 박사 역시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다.
만약 이 사건이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에서 실제로 일어났다면, 일본인 참가자가 우주선 밖으로 나가지 못했겠지만, 만약 팀원간의 팀웍이 깨진 상황에서 화성으로 간다고 해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야하는 우주 탐사에서는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이는 오랜 시간 공들여온 프로젝트 전체를 실패로 끝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미리 예상하고 해결책을 준비하기는 어려워 가상 우주선이나 기지 안에서 실제로 생활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장기간에 걸친 우주여행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구 곳곳에서는 어떤 연구가 진행 중일까?
지난 2009년 러시아는 유럽 우주국과 함께 520일간 음식과 물의 외부 공급 없이 비좁은 통 모양의 우주선에 거주하면서 화성탐사 우주인의 생체변화를 분석하는 ‘마스 500’(Mars 500)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했다.
2009년 3월 시작해 105일 간 이뤄진 첫 실험은 지난 실험의 실패를 교훈 삼아 남성으로만 이뤄진 6명의 실험팀을 구성해 성공적으로 마쳤다.
올해는 기간을 520일로 늘려 실험을 다시 실시할 예정이다.
마스 500은 폐쇄된 공간과 스트레스가 화성을 탐사하는 우주인들의 임무수행능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러시아과학원 의료생물연구소와 유럽우주국이 공동으로 마련한 프로젝트다.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1.5배에 이르는 화성에 다녀오려면 약 500일을 우주선에서 보내야 한다.
마스 500이라는 이름은 이런 이유로 붙여졌다.
마스 500 프로젝트는 우주공간처럼 무중력이 아니라는 점만 빼 놓고는 모든 상황을 똑같이 재현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무중력 상황마저 똑같이 재현하려는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미국 플로리다 반도 끝에 위치한 ‘아쿠아리우스’(Aquarius)라는 수중 실험실에서 가상우주생활 실험을 하고 있다.
아쿠아리우스는 세계 유일의 수중 실험실로 원래 산호초와 해양오염연구를 주로 하는 곳이지만, NASA는 2001년부터 이곳에서 ‘극한환경임무수행’(NEEMO) 프로그램이라는 가상우주생활적응훈련과 실험을 한다.
우주인들은 약 40제곱미터 넓이의 수중실험실에서 2~3주 동안 머무르며 가상우주생활에 적응해야한다.
물론 가상우주선 밖으로 나갈 때는 우주복 대신 잠수복을 입는다.
우주인의 부력과 같은 무게의 추를 몸에 달면 우주인은 물속에서 가상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주인들은 선외활동에 대한 훈련과 동시에 우주선 안에서 고립된 생활을 할 때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가상의 우주공간 체험을 위해 물 밑에서 24시간 이상을 보낸 사람에게는 우주인(astronaut)이 아니라 아쿠아넛(aquanaut)이라는 칭호를 주기도 한다.
가상우주공간과 가상우주선뿐만 아니라 아예 가상화성기지를 지어놓은 곳도 있는데, 이것은 바로 대중과 정부에게 화성탐사의 필요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