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987년 ‘달 식민지 건설’과 ‘인류의 화성 탐사’라는 거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1988년에는 우주탐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다.
예를 들어 화성과 그 위성까지 탐사확대, 달에 인간이 관리하는 관측소 건립, 유인 화성사절단 파견 등이다.
하지만 커다란 우주비행선을 만든다고 장기간의 우주여행과 탐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달이나 화성에서 인류가 영구적으로 살아가려면 산소와 식량을 자급자족해야 한다.
즉 달 토양에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비로소 인간도 살아갈 수 있다.
과연 달 토양에서 식물도 살 수 있을까? 1968년 미국 아폴로 11호부터 1972년 17호까지 총 여섯 대의 탐사선이 달의 흙, 즉 달 토양을 갖고 왔다.
이 토양을 분석한 결과, 식물이 먹이로 하는 원소 16가지 가운데 탄소(C)와 산소(O), 수소(H)를 제외한 나머지 양분이 너무나 부족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의 탄소와 산소를 얻고, 뿌리를 통해 물에 있는 수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 양분이 모두 부족한 달토양은 ‘식물이 자랄 수 없는 땅’인 셈이다.
식물은 이렇게 얻은 원소와 광합성을 이용해 최종적으로 탄수화물을 만든다.
그런데 DNA나 세포 같은 몸 속 기관을 만들려면 3가지 원소 이외에 질소(N)와 인(P)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구의 흙이나 공기 속에 이산화탄소와 물은 풍부하지만 질소와 인은 늘 부족하다.
그래서 식물을 살리기 위해서는 비료를 통해 질소와 인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
그렇지만 계속 질소 비료를 가득 실은 우주선을 달로 보낼 수는 없다.
다행히도 콩과식물을 심으면 질소결핍을 해결할 수 있다.
콩이나 자운영, 아카시나무 같은 식물의 뿌리에는 ‘뿌리혹박테리아’라는 미생물이 기생하면서 대기 중의 질소를 암모늄이나 질산 이온 형태로 바꿔준다.
따라서 별도의 비료를 달까지 운반할 필요가 없다.
또 인은 인회석(apatite) 형태로 존재하는 달 토양을 곱게 갈아 사용하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달에는 식물에게 유용한 칼슘(Ca)이나 마그네슘(Mg)이 풍부하게 포함된 광물이 있기 때문이 이들이 풍화만 되면 양분 결핍문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다.
다만 지구에서는 양이 매우 적은 알루미늄(Al)이나 비소(As), 카드뮴(Cd), 니켈(Ni) 등의 중금속 농도가 달 토양에서는 너무 높아 식물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미항공우주국 등에서는 이런 중금속 농도를 줄이고 달에서 식물을 키울 방법을 연구 중이다.
우주농업은 단순히 달에서 인류가 거주하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다.
달 기지는 우주여행을 위한 일종의 ‘고속도로 휴게소’ 개념이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화성이나 목성까지 우주임무를 수행하는 승무원들에게 신선한 음식과 산소 공급은 사막에서의 오아시스와 같다.
지구에서는 물 1g이 별 것 아니지만 우주에서는 인류의 생존을 지켜낼 희망이 된다.
물과 영양, 그리고 산소까지 주는 식물은 ‘우주인의 구원자’인 셈이다.
어쩌면 인류가 달에 벼이삭을 추수해 떡방아를 찧을 날도 그리 먼 미래만의 이야기는 아닐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