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은 수많은 사람들이 탄 여객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최첨단 관제 장비와 기술들이 집약된 곳이다.
관제탑의 레이더에는 착륙하는 비행기와 이륙하는 비행기 착륙을 위해 접근하는 비행기의 모든 정보가 디스플레이 되어 있어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차례대로 안전하게 착륙과 이륙을 할 수 있도록 순서를 제어하며 기상, 풍속, 풍향 등 다양한 정보도 항공기에 전달해준다.
이처럼 공항은 우리 주변의 건물 가운데 가장 과학적인 최첨단 장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고의 기술들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공항에 비행기가 등장한 이후로 변하지도 않고 최첨단의 공항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바람자루(Wind Sock, Wind Sleep, Wind Cone)라고 불리는 펄럭이는 통 모양의 자루인데 이 바람자루는 우리나라 공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비행기가 한 대라도 이륙하는 공항이라면 예외 없이 모두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 말로 ‘블려흐름’이라고도 하는 이 바람자루는 풍향과 풍속을 표시하도록 설치한 것으로 보통 지름 30~50cm, 길이 1~2m의 얇은 천에 한쪽에는 동그란 금속 테를 달고 다른 쪽은 구멍이 뚫려 바람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최첨단 장비로 되어 있는 공항에 왜 이렇게 간단하고 기술이 낙후된 그 옛날 역사책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바람자루가 아직도 공항에서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중 삼중 대비하는 비행기의 안전성 때문이다.
최첨단 장비로 잘 만들어진 비행기나 공항 장비라고 할지라도 언제 어느 때 고장 날 수 있으며 쉽게 고치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도움을 받는 기계가 첨단 기계 되어 갈수록 해당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런 첨단 장비에 익숙한 조종사나 관제사가 관련 장비고 고장이 나면 당혹해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비행기 조종사나 관제사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훈련을 하며 첨단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도 계기 비행이나 수동 작업을 통해 위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위급 상황에서 바람의 방향과 세기 등을 누구나 쉽게 한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비가 바로 바람자루다.
즉 바람자루는 항공기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최첨단 장비도 불편하다고 느끼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옛날 것이라고 모두 쓸모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