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날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 시모음

<국화 옆에서>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꽃> 가신이들의 헐덕이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