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법과 우주조약들, 달에 부동산 투자하는 사람

세계 6번째 우주관광객, 미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게리엇’은 거액을 들여 달 표면에 추락한 탐사선 하나를 샀다.

달 표면에는 1960년대 말 미국과 치열한 달 탐사 경쟁을 벌이던 구소련이 보낸 탐사선이 여러 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를 사들였던 것.

물론 그가 산 우주선은 이미 탐사선으로서의 기능을 모두 잃은 상태다.

게리엇은 왜 쓰레기나 다름없는 탐사선을, 실물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샀을까?

바로 달 영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인류가 달에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면 미리 사 둔 탐사선을 근거로 그곳이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구의 땅도 한 뼘 가지지 못한 사람이 태반인데, 달에 부동산 투자를 한다니 역시 억만장자는 다르다.

그런데 정말 게리엇은 그 탐사선을 근거로 주변 영토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직 모른다’가 정답이다.

힘 빠지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아직 지구 밖 우주 영토의 소유나 이용에 대해 정해놓은 법률적 근거는 없다.

그나마 마련된 우주개발에 대한 조약도 실제로 적용하기는 추상적이다.

우주 개발에 대한 대표적인 국제조약으로는 1967년 국제연합(UN)이 제정한 ‘달과 천체를 포함하는 우주공간의 탐사 및 이용에 관한 조약’을 들 수 있다.

짧게 ‘우주조약’이라고도 부른다.

이 조약에는 ‘우주는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17개 조항이 담겨 있다.

여기를 따르면 어떤 국가도 지구 밖 우주 공간에 대해 주권을 가질 수 없으며, 개발에 따른 이익을 독점할 수 없다.

현재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120여 국가가 이 조약에 서명했고 우리나라와 북한도 여기에 포함된다.

우주조약대로라면 게리엇은 현재 달에 있는 자신의 소유물을 근거로 달의 영토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개인이 국가에 소속돼 있으므로 ‘이 조약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인 것.

하지만 우주조약이 국가에 대한 주권만 명시하고 있고, 개인의 주권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개인의 소유권을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하는 일부 학자도 있다.

그러나 1979년 체결된 ‘달조약’에 따르면 얘기는 달라진다.

달의 자원에 대한 평화적 이용을 위해 UN이 제정한 이 조약 역시 달을 ‘인류공동유산’이라고 못 박으며, 그 어떤 국가의 소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여기에 서명하지 않아 미국인인 게리엇은 이 조약에 구속받지 않는다.

달조약에 서명한 국가는 현재 칠레, 레바논, 필리핀 등 20여 국가밖에 없다.

또 이 나라들 가운데 우주발사체 개발 능력을 갖춘 나라는 프랑스밖에 없을 정도로 우주선진국의 참여가 적다.

그만큼 달의 천연자원 개발에 대해 선진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렇듯 우주 개발에 대한 국제조약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으므로 실제로 적용하기 어렵다.

게다가 두 조약의 몇몇 조항이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 지금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 두 조약 모두 강제성이 없어 위반해도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외계 행성의 소유권과 개발권 문제를 규정한 새로운 국제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 앞으로 달이나 외계 탐사에 대한 국제조약은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질까.

아직 달 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사례를 바탕으로 가늠할 수는 있다.

우주 영토와 가장 비슷한 곳인 남극과 북극을 통해서다.

남극은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에 따라 어떤 나라도 영유권 주장을 할 수 없고, 남극조약 회원국의 과학탐사활동만 허용된다.

아직 국제조약이 없는 북극권 주변 역시 남극과 마찬가지로 세계공동관리지역으로 설정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북극과 남극은 특정한 나라의 소유가 아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얻은 자원은 자원 개발에 많이 참여한 나라에 더 많이 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최근 북극과 남극에 대한 각국의 과학조사연구 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겉으로는 과학조사사업이지만 극지방의 영토와 자원을 먼저 차지하려는 물밑작업이 치열한 셈이다.

아직 달에 접근하는 것은 북극과 남극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미래의 어느 날, 지금 극지방에서 벌어지는 각국의 치열한 영토와 자원 다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게리엇의 달 탐사선 구매가 억만

우주발사체의 페어링! 넌 도대체 뭐니

지난 8월 25일,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는 인공위성의 보호덮개 역할을 하는 페어링(fairing)의 한 쪽이 떨어져나가지 않아서 안타깝게도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지 못하고 말았다.

2단 로켓이 속도를 8km까지 올려야 목표궤도에 들어갈 수 있는데, 무게가 약 330kg이나 되는 페어링 한 쪽이 제때 분리되지 못한 바람에 초속 6.2km까지 밖에 올릴 수 없었던 것이다.

무게 중심도 어긋나서 상단(2단과 위성의 결합체)의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 없었고, 그 결과 비행방향도 계획했던 궤적에서 벗어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성이 원궤도 또는 타원궤도를 따라 지구를 계속 돌기 위해서는 충분한 속도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근지점(지구 중심에서 제일 가까운 지점)의 고도가 200km 이하가 되어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위성이 수명이 매우 짧아지며, 속도가 더 낮으면 지구 중력에 의해 아예 탄도탄처럼 그냥 지표면으로 낙하하게 된다.

그러므로 발사체가 단 분리나 페어링 분리에 실패하면 속도가 부족하여 위성의 궤도 진입은 불가능해진다.

1단이나 2단 로켓의 성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추력이 목표치 보다 낮거나 연소시간이 짧아져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일으킨 ‘페어링’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발사체가 대기권을 초음속으로 뚫고 올라갈 때에는 강한 공기역학적인 압력과 열이 발생하는데, ‘페어링’은 이런 압력과 열로부터 위성을 보호하기 위성을 덮어둔 발사체의 뾰족한 부분을 말한다.

‘페어링’은 인공위성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공기의 압력이 거의 없는 우주 공간에 도착해서는 발사체의 속도를 효과적으로 올리기 위해 자동으로 떨어져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인공위성에 제대로 정해진 궤도에 진입할 수 없게 된다.

‘페어링’은 대기권을 돌파할 때는 구조적으로 충분히 강해야 하고 발사체에 단단히 붙어있어야 하지만, 우주공간에서 분리될 때는 위성이나 발사체와 충돌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나로호’와 같이 페어링을 두 쪽으로 수직 분리시키고, 상단과 붙어있는 페어링 아래쪽은 수평 분리시키는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페어링을 조립할 때는 수직 분리와 수평분리가 일어날 부분을 체결핀이라는 일종의 폭발 볼트를 여러 개 사용하여 바늘로 꿰매듯이 붙여놓는다.

또한, 페어링 두 쪽 사이에는 여러 개의 스프링을 끼워둔다.

체결핀에 전류를 흘리면 폭발이 일어나면서 체결핀이 모두 끊어지고, 스프링에 의해 페어링이 양쪽으로 벌어지게 된다.

나로호의 페어링은 60도 이상 벌어지면 상단에서 빠져서 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나로호’의 페어링에는 어떠한 첨단과학기술이 적용되고 있을까? 우선, ‘나로호’의 소재는 가볍고 강도 높은 탄소섬유 복합재료로 제작되었다.

이는 탄소섬유 복합재료로 제작할 경우, 금속소재로 페어링을 제작할 때 보다 통상 20~30% 가까 무게를 감소시킬 수 있다.

발사체에서 구조물의 무게는 가벼울수록 발사체가 우수한 성능을 낼수 있다.

또한, 위성 발사체의 이륙시 발생하는 소음은 인간의 가청 한계치(134dB) 보다 열 배 이상의 큰 소음으로써, 위성 발사체의 각종 전자 장비의 고장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와 같은 소음을 ‘음향하중’이라고 하는데, 각종 탑재 장비가 존재하는 페이로드 페어링 내부의 소음을 저감하기 위해 우주 발사체용 흡차음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이와 같은 우주 발사체용 흡차음 시스템은 발사체가 이륙할 때, 페이로드 페어링 내부 소음 수준을 외부 보다 약 15 dB 이상 저감시켜 각종 전자 장비 및 위성체의 고장을 방지하고 성공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페어링 개발 기술은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이며 이 페어링 때문에 인공위성을 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한 경우는 다른 우주 선진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올해 2월 24일 미국 NASA에서 제작한 탄소관측 위성(Orbiting Carbon Observatory) ‘토러스 XL’ 로켓도 페어링 분리에 실패하여 위성이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연소되었으며, 1999년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