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는 인공위성의 보호덮개 역할을 하는 페어링(fairing)의 한 쪽이 떨어져나가지 않아서 안타깝게도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지 못하고 말았다.
2단 로켓이 속도를 8km까지 올려야 목표궤도에 들어갈 수 있는데, 무게가 약 330kg이나 되는 페어링 한 쪽이 제때 분리되지 못한 바람에 초속 6.2km까지 밖에 올릴 수 없었던 것이다.
무게 중심도 어긋나서 상단(2단과 위성의 결합체)의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 없었고, 그 결과 비행방향도 계획했던 궤적에서 벗어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성이 원궤도 또는 타원궤도를 따라 지구를 계속 돌기 위해서는 충분한 속도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근지점(지구 중심에서 제일 가까운 지점)의 고도가 200km 이하가 되어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위성이 수명이 매우 짧아지며, 속도가 더 낮으면 지구 중력에 의해 아예 탄도탄처럼 그냥 지표면으로 낙하하게 된다.
그러므로 발사체가 단 분리나 페어링 분리에 실패하면 속도가 부족하여 위성의 궤도 진입은 불가능해진다.
1단이나 2단 로켓의 성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추력이 목표치 보다 낮거나 연소시간이 짧아져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일으킨 ‘페어링’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발사체가 대기권을 초음속으로 뚫고 올라갈 때에는 강한 공기역학적인 압력과 열이 발생하는데, ‘페어링’은 이런 압력과 열로부터 위성을 보호하기 위성을 덮어둔 발사체의 뾰족한 부분을 말한다.
‘페어링’은 인공위성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공기의 압력이 거의 없는 우주 공간에 도착해서는 발사체의 속도를 효과적으로 올리기 위해 자동으로 떨어져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인공위성에 제대로 정해진 궤도에 진입할 수 없게 된다.
‘페어링’은 대기권을 돌파할 때는 구조적으로 충분히 강해야 하고 발사체에 단단히 붙어있어야 하지만, 우주공간에서 분리될 때는 위성이나 발사체와 충돌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나로호’와 같이 페어링을 두 쪽으로 수직 분리시키고, 상단과 붙어있는 페어링 아래쪽은 수평 분리시키는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페어링을 조립할 때는 수직 분리와 수평분리가 일어날 부분을 체결핀이라는 일종의 폭발 볼트를 여러 개 사용하여 바늘로 꿰매듯이 붙여놓는다.
또한, 페어링 두 쪽 사이에는 여러 개의 스프링을 끼워둔다.
체결핀에 전류를 흘리면 폭발이 일어나면서 체결핀이 모두 끊어지고, 스프링에 의해 페어링이 양쪽으로 벌어지게 된다.
나로호의 페어링은 60도 이상 벌어지면 상단에서 빠져서 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나로호’의 페어링에는 어떠한 첨단과학기술이 적용되고 있을까? 우선, ‘나로호’의 소재는 가볍고 강도 높은 탄소섬유 복합재료로 제작되었다.
이는 탄소섬유 복합재료로 제작할 경우, 금속소재로 페어링을 제작할 때 보다 통상 20~30% 가까 무게를 감소시킬 수 있다.
발사체에서 구조물의 무게는 가벼울수록 발사체가 우수한 성능을 낼수 있다.
또한, 위성 발사체의 이륙시 발생하는 소음은 인간의 가청 한계치(134dB) 보다 열 배 이상의 큰 소음으로써, 위성 발사체의 각종 전자 장비의 고장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와 같은 소음을 ‘음향하중’이라고 하는데, 각종 탑재 장비가 존재하는 페이로드 페어링 내부의 소음을 저감하기 위해 우주 발사체용 흡차음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이와 같은 우주 발사체용 흡차음 시스템은 발사체가 이륙할 때, 페이로드 페어링 내부 소음 수준을 외부 보다 약 15 dB 이상 저감시켜 각종 전자 장비 및 위성체의 고장을 방지하고 성공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페어링 개발 기술은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이며 이 페어링 때문에 인공위성을 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한 경우는 다른 우주 선진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올해 2월 24일 미국 NASA에서 제작한 탄소관측 위성(Orbiting Carbon Observatory) ‘토러스 XL’ 로켓도 페어링 분리에 실패하여 위성이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연소되었으며, 1999년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