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랑데부의 괴상한 비밀

우주에서 비행하는 우주선끼리의 ‘랑데부’(2개의 우주선이 같은 궤도로 우주공간에서 만나 서로 나란히 비행하는 것)라 불리는 도킹은 장거리 우주 비행뿐만 아니라 우주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비행기술이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서 서로 시속 27,800km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안전하게 ‘랑데부’에 성공하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도킹을 위한 대부분의 미세 조종이 우주 비행사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대신 하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진행 도중 컴퓨터가 고장 날 수도 있고, 또 예기치 않은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주선끼리의 ‘랑데부’는 우주선 비행 임무 가운데 가장 위험한 임무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랑데부’를 진행하는 우주선에는 아주 괴상한 비밀이 한 가지 숨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진행되는 ‘랑데부’의 괴상한 비밀 무엇일까?

만약 여러분이 우주선을 조정하고 있고, 앞에 국제우주정거장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국제 우주 정거장은 시속 27,800km로 비행하고 있으며, 여러분의 우주선은 국제 우주정거장과 같은 궤도에 있지만 거리로는 약 40여km 뒤에 있다면, 여러분은 ‘랑데부’를 하기 위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여러분이 탄 우주선의 속도를 증속시켜 국제 우주 정거장에 접근하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여러분이 국제 우주 정거장에 가까워지기 위해 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여러분의 우주선은 국제우주정거장과 점점 더 멀어지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속도를 높여야 그 간격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는 우주의 지구궤도에서는 정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그래서 우주 정거장과 ‘랑데부’를 해야 하는 우주선은 국제우주정거장과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여야 하고, 우주정거장과 멀어지려면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왜 이렇게 엉뚱하게 조종을 해야 하는 것일까?

바로 지구가 잡아당기는 중력과 우주비행체의 궤도비행에 비밀이 숨어 있다.

인공위성이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비행하기 위해서는 지구가 잡아당기는 힘보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비행속도가 더 빨라야 한다.

예를 들어서 여러분이 돌멩이를 던질 때 돌멩이의 속도가 지구에서 잡아당기는 힘보다 더 빠르면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속력이 줄어들어 지구가 잡아당기는 힘보다 작아지면 땅으로 떨어지는 것과 똑같은 원리다.

이 때문에 지구가 잡아당기는 힘이 강하게 작용하는 낮은 궤도의 인공위성은 상대적으로 중력의 힘이 적게 작용하는 높은 궤도의 인공위성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비행하게 된다.

이런 궤도별 위성의 속도 및 변화를 ‘궤도역학’이라 하는데, ‘궤도역학’은 1950년대 인공위성의 개발과 인공위성의 궤도를 연구하면서부터 등장한 학문이다.

이런 궤도역학적 특징 때문에 우주 공간에 진입한 우주선은 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로켓 엔진을 더 분사하여 현재보다 더 높은 궤도로 이동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우주선의 속도가 느려지게 되고, 더 낮은 궤도로 진입하면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국제우주정거장과의 ‘랑데부’에서도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이며 국제 우주정거장과 같은 궤도에 진입하여 ‘랑데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은 어떤 식으로 국제우주정거장과 ‘랑데부’를 하게 될까?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은 다단로켓의 강력한 추진력 때문에 보

우주서 물 마실 땐 무중력 컵!

커피 마시기를 무척 좋아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돈 페티트(Don Pettit) 박사.

그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서 지구에서처럼 커피 잔을 들고 천천히 마실 수 없었다.

무중력 상태에서 액체를 따르면 동그란 방울 모양이 돼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과연 페티 박사는 우주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을까?

무중력 상태에서 뿔뿔이 흩어진 액체를 마시는 일은 쉽지 않다.

만약 뜨거운 커피를 마시려 든다면 몸을 델 위험도 있다.

그래서 우주비행사들은 오렌지 주스 같은 음료를 먹기 위해 은색 주머니와 플라스틱 빨대를 이용한다.

물론 페티트 박사도 이 방법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액체를 ‘빨아먹지’ 않고 ‘마시고’ 싶었다.

페티트 박사는 무중력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컵을 만들기로 했다.

컵을 만들 재료로 선택한 것은 비행정보가 기록된 문서의 커버에서 찢어낸 플라스틱 조각.

문서를 덮고 있던 플라스틱 조각은 OHP 필름처럼 생겼는데 동그랗게 말면 컵처럼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그는 플라스틱 조각을 말고 한쪽 끝을 붙여 옆에서 보면 비행기 날개 모양으로 생긴 컵을 만들었다.

이 컵의 가장자리를 따라 커피를 부으면 신기하게도 커피가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컵 안에 가만히 자리 잡는다.

커피와 플라스틱 판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붙인 부분으로 컵을 기울이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페티트 박사가 만든 이 컵은 ‘무중력 상태에서도 액체를 담아 마실 수 있다’는 의미로 ‘무중력 컵(Gero-G cup)’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플라스틱 판이 아니라도 액체를 끌어당겨 표면에 붙어 있게 하는 소재가 있다면 다른 형태의 무중력 컵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무중력 컵을 이용하면 우주인들이 지구에서처럼 액체로 된 물과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먼 훗날 우리가 우주여행을 떠나게 될 때 무중력 컵을 이용하는 상상을 해보자.

우주 한복판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상상만 해도 좋지 아니한가.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카리스쿨(http://www.karischool.re.kr/)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