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기를 무척 좋아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돈 페티트(Don Pettit) 박사.
그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서 지구에서처럼 커피 잔을 들고 천천히 마실 수 없었다.
무중력 상태에서 액체를 따르면 동그란 방울 모양이 돼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과연 페티 박사는 우주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을까?
무중력 상태에서 뿔뿔이 흩어진 액체를 마시는 일은 쉽지 않다.
만약 뜨거운 커피를 마시려 든다면 몸을 델 위험도 있다.
그래서 우주비행사들은 오렌지 주스 같은 음료를 먹기 위해 은색 주머니와 플라스틱 빨대를 이용한다.
물론 페티트 박사도 이 방법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액체를 ‘빨아먹지’ 않고 ‘마시고’ 싶었다.
페티트 박사는 무중력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컵을 만들기로 했다.
컵을 만들 재료로 선택한 것은 비행정보가 기록된 문서의 커버에서 찢어낸 플라스틱 조각.
문서를 덮고 있던 플라스틱 조각은 OHP 필름처럼 생겼는데 동그랗게 말면 컵처럼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그는 플라스틱 조각을 말고 한쪽 끝을 붙여 옆에서 보면 비행기 날개 모양으로 생긴 컵을 만들었다.
이 컵의 가장자리를 따라 커피를 부으면 신기하게도 커피가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컵 안에 가만히 자리 잡는다.
커피와 플라스틱 판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붙인 부분으로 컵을 기울이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페티트 박사가 만든 이 컵은 ‘무중력 상태에서도 액체를 담아 마실 수 있다’는 의미로 ‘무중력 컵(Gero-G cup)’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플라스틱 판이 아니라도 액체를 끌어당겨 표면에 붙어 있게 하는 소재가 있다면 다른 형태의 무중력 컵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무중력 컵을 이용하면 우주인들이 지구에서처럼 액체로 된 물과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먼 훗날 우리가 우주여행을 떠나게 될 때 무중력 컵을 이용하는 상상을 해보자.
우주 한복판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상상만 해도 좋지 아니한가.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카리스쿨(http://www.karischool.re.kr/)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