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무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다

내집뒤에

나무가 하나 서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때

그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나는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그러자

호랑이가 한 마리 내려왔다

내 눈동자는 호랑이의 눈을 따라 크게 떠지고

눈꺼풀 안에서 상처입으며 아름다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앉아

옛날의 정원을 꿈꾸었다 그러자

정원이 내 곁으로 내려왔다

나는 정원으로 걸어들어갔다 호랑이를 데리고

한낮의 벌과 나비들이 식사를 하고

난데없는 무덤들을 휘돌아 꽃나무 그늘 아래로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어른거리다

서둘러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어떤 메아리 하나가 그 뒤를 따라 도망쳐가고

누군가 내 속에서 나에게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호랑이와 함께 뒤돌아 걸어나왔다

한번도 열어보지 않은 정원의

문을 열고 기억나지 않은 길을 걸어

나는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그러자

내 둘레에서 불이 일어났다 나는 눈을 감고 앉아

정원의 어린 꽃나무들이 뒤채이고 둥글게

원을 그리는 것을 보았다 호랑이는 내 눈을 찢고

불꽃과 싸우며 내게서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