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시모음

가을 밤비 쏘나타로 쏟아지는 가을밤비 소리 놋날로 맞고맞아 젖고 싶네 흐물어지도록 차겁게 떨며 떨며 속죄하고 싶어지네 지난 봄 붉게 꽃피운 죄 지난 여름 울울창창 녹음 우거졌던 죄 푸르딩딩 덜 빠진 때얼룩이도 탈색시켜 얼음 직전의 순수울음 인생을 울구싶네. 간이역 시력 나쁜 눈길은 못 봐서 지나치고 약삭빠른 발은 볼품없다 지나친다마는 쉰고개를 넘어오신 부르튼 맨발이여 얼마나 고단하신가 불개미 […]

윤동주 시모음

간(肝)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위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온 토끼처럼 들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고향에 돌아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