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의 자격, 당신도 우주인이 될 수 있다!

약 3만 600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이소연 씨가 한국인 최초로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올랐던 2008년 4월 8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36번째 우주인 배출국가, 세계에서 11번째 유인 우주과학실험을 수행한 국가로 자리매김했던 그 순간, 인터넷은 때 아닌 ‘우주인 댓글놀이’가 한창이었다.

“이소연이 우주인이라면, 나는 비행기 타고 일본 갔다 왔으니까, 파일럿.” “나는 슈퍼에 갔다 왔으니까, 슈퍼맨.”

남의 나라 우주선을 돈 주고 타고 갔다 왔으므로 이소연을 ‘우주인’이 아니라 ‘우주관광객’으로 불러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우스개 댓글 놀이였다.

우주인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정말 우주선을 몰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을 받아야 우주인으로 인정을 받는 걸까?

현재 우주인의 자격을 공식적으로 정한 세계 공용의 규정은 없다.

다만 국제항공연맹(FAI)은 ‘고도 100km 이상을 비행한 사람’을 우주인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규정만으로 본다면 우주인은 ‘우주를 경험한 사람’ 이라는 넓은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우주인은 통상적으로 ‘각국의 정해진 기준 또는 훈련 프로그램을 통과해 공인된 자격을 부여 받은 전문가’라는 좁은 의미로도 쓰인다.

즉,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우주인 논쟁은 넓은 개념의 우주인과 좁은 개념의 우주인이 혼동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유인우주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우주인 양성프로그램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 세 나라뿐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우주인을 자국의 훈련 프로그램을 통과한 사람으로 정의하며, 각각 애스트로넛(Astronaut), 코스모넛(Cosmonaut), 타이코넛(Taikonaut)으로 부른다.

이들 단어는 각국의 우주인 훈련 프로그램을 마친 사람을 부르는 이름으로, 이 프로그램을 마친 사람은 실제로 우주비행을 하지 않았어도 우주비행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인정받는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유인우주비행 프로젝트에서 맡은 역할을 기준으로 우주인을 분류한다.

만약 다른 나라의 우주인이 독자적인 목적을 갖고 우주비행을 하는 경우 ‘우주비행 참여자’ 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서 ‘우주비행 참여자’의 비행목적이 개인적인 관광목적이면 ‘관광객’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 특정 프로젝트가 규정하는 자격을 부여한다.

독자적인 우주인 양성 프로그램이 없는 나라에서는 미국 또는 러시아(중국은 외국인을 자국 우주선에 태운 사례가 없다)의 우주인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우주인 자격을 얻고, 또 우주비행도 할 수 있다.

유인우주비행 기술을 가진 나라들 또는 협력국의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우주인을 배출하던 20세기에는 두 개념이 실제적으로 구분이 되지 않아 이런 정의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유인우주비행의 사례가 다양해지면서 두 기준을 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회원국인 브라질의 최초 우주인 라울 대령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인 훈련을 마치고, 미국항공우주국으로부터 애스트로넛 자격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항공우주국의 우주왕복선 발사 계획이 계속 연기되면서 라울 대령의 우주비행이 늦춰지자, 브라질은 러시아 우주청과 협약을 맺고 러시아의 훈련프로그램을 생략한 채 2004년 그를 소유즈에 태워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냈다.

우주인 자격은 미국에서 받고, 실제 우주비행은 러시아를 통해 한 셈이다.

따라서 라울 대령은 ‘미국 우주인’이긴 하지만, 러시아의 우주인 훈련 프로그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코스모넛은 아니었다.

러시아 우주청은 그에게 ‘우주비행참여자’ 자격을 부여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러시아우주청은 민간 주도로 진행돼 1961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미르 우주정거장을 방문한 영국 최초 우주인 헬런 샤먼이나 일본의 아키야마 도요히로는 코스모넛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럼 이소연은 우주인일까, 아니면 우주관광객일까? 일단 이소연은 러시아의 우주인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한 코스모넛이자, 고도 100km 너머를 다녀온 우주인이다.

동시에 TMA-13(Exped

우주인들은 어떻게 잘까

지구에서의 하루는 24시간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24시간에 한 바퀴씩 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주왕복선은 90분에 한 번씩 지구를 돈다.

45분마다 밤과 낮이 바뀌는 셈이다.

그래서 우주왕복선에서는 24시간 동안 해가 뜨고 지는 것을 16번이나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주 해가 뜨고 지는데, 우주인들은 편하게 잠잘 수 있을까?

우주인들이 편하게 8시간 정도 자려면 우선 밤낮의 변화를 느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안대를 하고 창문을 모두 닫아 햇빛을 차단한 채 잠을 청한다.

우주인들은 침낭에 들어가서 자는데, 자는 동안에는 벨트로 침낭을 묶기도 한다.

잠자는 동안 공중을 떠다니며 벽에 부딪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우주인들이 자는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은 우주인이 서서 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아 바닥과 천장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우주인은 눕거나 서거나 모두 같은 상황으로 잠드는 것이다.

우주인들의 잠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우주선 내부의 각종 기계에서 나오는 소음이다.

보통 잠자는 데 방해되는 소음은 40dB(데시벨) 정도인데, 우주선 내부의 소음은 60~70dB 수준이다.

우주선 바깥에는 소리를 전달할 공기가 없어 소음이 빠져나가지 않고 우주선 내부를 맴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귀마개를 사용하거나 수면제를 먹기도 한다.

한편 우리가 밤에 자고 낮에 깨어 있는 것은 뇌 속의 생체 시계 때문이다.

아침에 해가 뜨면 생체 시계를 깨워 우리를 각성시키고, 해가 지면 잠을 재우는 것이다.

혈압이나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와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도 밤과 낮의 일정한 리듬에 따라 작동한다.

하지만 우주에서 잠을 자다 보면 이런 생체 시계가 망가질 수 있다.

밤과 낮이 너무 자주 바뀌므로 몸의 리듬이 밤낮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5개월 정도 생활했던 우주인들은 우주 생활을 시작한 지 3~4개월 뒤 밤낮에 대한 감각이 사라지는 ‘우주 시차병’에 걸리기도 했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