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들은 어떻게 잘까

지구에서의 하루는 24시간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24시간에 한 바퀴씩 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주왕복선은 90분에 한 번씩 지구를 돈다.

45분마다 밤과 낮이 바뀌는 셈이다.

그래서 우주왕복선에서는 24시간 동안 해가 뜨고 지는 것을 16번이나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주 해가 뜨고 지는데, 우주인들은 편하게 잠잘 수 있을까?

우주인들이 편하게 8시간 정도 자려면 우선 밤낮의 변화를 느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안대를 하고 창문을 모두 닫아 햇빛을 차단한 채 잠을 청한다.

우주인들은 침낭에 들어가서 자는데, 자는 동안에는 벨트로 침낭을 묶기도 한다.

잠자는 동안 공중을 떠다니며 벽에 부딪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우주인들이 자는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은 우주인이 서서 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아 바닥과 천장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우주인은 눕거나 서거나 모두 같은 상황으로 잠드는 것이다.

우주인들의 잠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우주선 내부의 각종 기계에서 나오는 소음이다.

보통 잠자는 데 방해되는 소음은 40dB(데시벨) 정도인데, 우주선 내부의 소음은 60~70dB 수준이다.

우주선 바깥에는 소리를 전달할 공기가 없어 소음이 빠져나가지 않고 우주선 내부를 맴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귀마개를 사용하거나 수면제를 먹기도 한다.

한편 우리가 밤에 자고 낮에 깨어 있는 것은 뇌 속의 생체 시계 때문이다.

아침에 해가 뜨면 생체 시계를 깨워 우리를 각성시키고, 해가 지면 잠을 재우는 것이다.

혈압이나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와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도 밤과 낮의 일정한 리듬에 따라 작동한다.

하지만 우주에서 잠을 자다 보면 이런 생체 시계가 망가질 수 있다.

밤과 낮이 너무 자주 바뀌므로 몸의 리듬이 밤낮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5개월 정도 생활했던 우주인들은 우주 생활을 시작한 지 3~4개월 뒤 밤낮에 대한 감각이 사라지는 ‘우주 시차병’에 걸리기도 했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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