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마을

마음 마을

내 마음의 마을을

구천동(九千洞)이라 부른다.

내가 천씨요 구천(九千)만큼

복잡다단한 동네다.

비록 동네지만

경상남도보다 더 넓고

서울특별시도 될 만하고

또 아주 조그만 동네밖에 안 될 때도 있다.

뉴욕의 마천루(摩天樓)같은

고층건물이 있는가 하면

초가지붕도 있고

태고시대(太古時代)의 동굴도 있다.

이 마을 하늘에는

사시장철 새가 날아다니고

그렇지 않을 때는 흰구름이 왕창 덮인다.

이 마을 법률은

양심이 있을 뿐이고

재판소 따위로는

양심법 재판소밖에는 없다.

여러가지로 지적하려면

만자(萬字)도 모자란다

복잡하고 복잡한 이 마음 마을이여

넋이 있느냐 라는 것은,

내가 있느냐 없느냐고 묻는 거나 같다.

산을 보면서 산이 없다고 하겠느냐?

나의 넋이여!

마음껏 발동해 다오.

내 몸의 모든 움직임은,

바로 내 넋의 가면이다.

비 오는 날 내가 다소 우울해지면,

그것은 즉 넋이 우울하다는 것이다.

내 넋을 전세계로 해방하여

내 넋을 넓직하게 발동케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