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여 당신은

파도여 당신은

파도여 당신은

누워서도 잠들지 않는

바람의 집인가

어느 날 죽어 버린

나의 꿈을 일으키며

산이 되는 파도여

오늘도 나는

말을 잃는다

신(神)의 모습을 닮아

출렁이는 당신이

그리 또한 태연한가

사랑하지 않고는

잠시도 못 견디는

시퍼런 고뇌의 당신이

언젠가 통째로 나를 안을 하느님

파도여 당신은

누워서도 잠 못 드는 기다림인가

침묵에게

침묵에게

내가 행복할 때에도

내가 서러울 때에도

그윽한 눈길로

나를 기다리던

바위처럼 한결같은 네가

답답하고 지루해서

일부러 외면하고

비켜서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와

네 어깨너머로 보이는

저 하늘이

처음 본 듯 푸르구나

너의 든든한 팔에 안겨

소금처럼 썩지 않는

한 마디의 말을 찾고 싶다

언젠가는 네 품에서

영원한 잠을 자고 싶다

침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