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가 당신이예요

그이가 당신이예요

김용택

나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도 나의 사람으로 남아 있는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이 당신입니다

나의 가장 부끄럽고도 죄스러운 모습을 통째로 알고 계시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분일 터이지요

그분이 당신입니다

나의 아흔아홉 잘못을 전부 알고도 한점 나의 가능성을

그 잘못 위에 놓으시는 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이일 테지요

그이가 당신입니다

나는 그런 당신의 사랑이고 싶어요

당신의 한점 가능성이 모든 걸 능가하리라는 것을

나는 세상 끝까지 믿을래요

나는,

나는 당신의 하늘에 첫눈 같은 사랑입니다.

그리운 꽃 편지

그리운 꽃 편지

김용택

봄이어요.

바라보는 곳마다

꽃은 피어나며 갈 데 없이 나를 가둡니다.

숨막혀요.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이 파고들어

내 몸은 지금 떨려요.

나 혼자 견디기 힘들어요.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싫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어요.

꽃 지기 전에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 산 보셔요.

꽃 피어나지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제 생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곳,

그 순간에 내가 꽃 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갈 수 없어 꽃그늘 아래 앉아

그리운 편지 씁니다.

소식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