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심리학’을 아세요

2528년, 새로운 행성을 찾아 마지막 인류를 태우고 떠난 우주선 엘리시움호.

우주비행을 하며 깊은 수면을 하던 페이턴 함장을 비롯한 대원들이 깨어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누구고 임무가 무엇이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또 우주선 안에서 들려오던 소름끼치는 괴음을 쫓던 중 괴생명체의 공격에 쫓기고, 엄청난 공포를 맛보며 우주선의 비밀을 알게 된다.

지난해 말에 개봉했던 영화 ‘팬도럼’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오랜 시간 우주공간에서 생활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극도의 정신착란 증세인 팬도럼을 다루고 있다.

장기간 우주에서 생활하다보면 고립감과 불안감 등을 느끼게 돼 영화에서처럼 환각 증세를 보이거나 기억상실증이 생길 수도 있다.

아직 우주공간에서 오랫동안 머물다 온 사람들의 숫자가 적어 명확한 증상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팬도럼은 실제로 존재한다.

1973년 유인 우주정거장 스카이랩과 스카이랩3호에 탑승했던 우주인들은 집단적인 스트레스 현상을 보였으며, 1985년 구소련 사류트 7호의 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 바슈틴은 고열을 내며 흥분 증상을 나타냈다.

이런 증상들 때문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01년에 “우주비행사가 팬도럼으로 인해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면 손발을 묶어놓으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로켓을 이용해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는 것이나 항공기로 장시간 비행하는 것은 사람의 심리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이는 지구로 돌아온 우주비행사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고, 조종사의 심리적 불안정이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 분야가 있으니 바로 ‘항공우주심리학’이다.

‘항공우주심리학’은 지상과 전혀 다른 항공우주환경에서 인간의 행동 변화를 연구해 항공기나 우주선의 조종, 또는 그 환경에서 생활의 안전성과 효율성, 쾌적성을 추구하는 인간과학의 한 분야다.

원래 항공심리학에서 출발했으나 지금은 ‘항공우주심리학’과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항공우주심리학’은 191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조종사 선발에 필요한 적성검사를 하면서 시작됐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많은 조종사가 필요해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고,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두드러지게 발전했다.

이는 항공기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는데, 인간의 특성을 무시한 기계설계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항공우주환경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것으로는 ‘공간방향감각 상실’이 꼽힌다.

지상에서 멀리 떨어진 상공이나 우주공간에서는 자신의 위치와 자세,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실제로 항공기가 위쪽으로 향해도 아래쪽으로 내려간다고 느낄 수 있고, 이 때 기계에 표시되는 수치를 보며 심리적인 갈등상태에 놓인다.

항공기 조종사나 우주비행사가 느끼는 착각의 대부분은 이런 심리적 갈등상태를 포함한다.

또 항공기가 높이 올라감에 따라 호흡할 수 있는 산소의 양이 줄고, 압력도 낮아진다.

이 때문에 보통 1만 피트(약 3050m) 이상부터는 ‘저산소증’이 생긴다.

신체 각 부분으로 공급되는 산소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저산소증은 감각에 대한 반응을 느리게 만들고, 시력이나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을 떨어뜨리며, 심리적 혼란 상태에 빠뜨린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의식을 잃게 해 죽음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1972년 소련의 소유즈 11호가 귀환할 때 우주선의 기밀장치가 불완전해 3명의 조종사가 산소결핍 등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우주공간의 무중력환경도 인간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큰 문제는 우주적응증후군, 즉 우주멀미다.

약 40%의 우주비행사는 무중력 환경에서 우주멀미를 경험하며 이 때 일의 능률이 떨어지면, 정신적 고통을 느끼게 된다.

우주공간에서 나타나는 심리적증후군 문제도 연구의 대상이다.

심리적 증후군은 장기간 지구에서 떨어져 있어서 느끼는 고립감과 불안감, 공포감이 정서불안정이나 흥분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인간의 시각과 청각, 사고력과 판단력 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은 우주비행사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데 방해요소가 된다.

이처럼 지상과 다른 항공우주환경은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2개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발달한 항공심리학

‘우주쓰레기’ 다시보기.. 우주유적지를 만들자!

지난 2009년 2월 10일 러시아 시베리아 상공 790km에서 인공위성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던 러시아의 군사용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비행하던 미국 상업 통신위성 이리듐 33호의 측면을 들이받는, 사상 최초의 ‘우주교통사고’였다.

이 사고의 피해자를 굳이 따지자면 이리듐 쪽이다.

코스모스 2251호는 1995년 이미 수명을 다해 지구 궤도에 버려진 ‘우주쓰레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우주쓰레기들의 충돌이 잦아지면 파편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자칫하면 충돌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유럽우주국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물 3만 6000여 개 가운데 6%만이 제 기능을 하며, 나머지 94%는 수명을 다했거나 부서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리듐의 사고 후 과학자들은 이런 인공물을 수거하거나 미사일로 파괴하는 방법에 크게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학자들이 모두 우주쓰레기를 없애는 방법만 연구하는 건 아니다.

우주에 떠도는 인공물들을 모두 쓰레기로 취급하기에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이 많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주 플린더스대 고고학과 앨리스 골먼 교수는 우주를 인류문명이 새로이 만든 문화 공간(cultural landscape)이라고 설명한다.

고고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주쓰레기들은 지구 중력을 정복한 인류문명의 독특한 역사를 담고 있다는 것이 골먼 교수의 주장이다.

지구에서 시작된 인류문명에 빗대자면,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고 우주탐사시대를 열고 있는 현 시대는 이제 막 새로운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석기시대나 마찬가지다.

인류사에서는 석기 시대의 조상이 무심코 남긴 낙서나 단순한 도구들이 현재 수많은 고고학자와 역사학자에게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를 생각하면 현재 우주 공간에 남은 수많은 인공물들 가운데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골먼 교수는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 가운데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골라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1958년에 쏘아 올려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가장 오래된 인공물, ‘뱅가드 1호’ 같은 인공위성은 ‘쓰레기’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남겨야 한다는 얘기다.

대부분 인공위성은 희박한 대기와의 마찰 때문에 서서히 지구로 추락한다.

15년 간 임무를 마치고 지난 2001년 태평양으로 추락한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는 운영 예산이 부족해 추락하게 내버려뒀다.

하지만 축구공만한 크기의 뱅가드 1호는 그대로 둬도 앞으로 약 600년 동안 지구 궤도를 더 돌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우주여행이 대중화된다면 이런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인공위성은 가까이 가볼 만한 관광지가 되는 셈이다.

지난 2010년 1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달에 남겨진 쓰레기 더미를 ‘역사자원’(historical resources)으로 지정해, ‘우주쓰레기 다시보기’에 대한 주장에 힘을 실었다.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과 에드윈 버즈 올드린이 달에 버리고 온 2톤이 넘는 쓰레기를 캘리포니아주의 역사자원으로 지정한 것이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던 이들이 달에 남기고 온 물품 목록에는, 달 지진과 운석 충돌의 충격을 탐지하는 지진파 탐지기, 달과 지구 사이의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는데 쓰이는 레이저 반사경 같은 과학탐사도구와 미국 국기와 달 착륙 기념판 같은 물품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달 탐사선 이륙 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버린 우주 장화, 우주선 좌석 팔걸이, 망치, 삽, 카메라, 깡통, 사슬, 배설물이 담긴 봉지 같은 쓰레기들이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주의 역사자원(historical resources) 지정이 달에 남겨진 물품들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1967년 지정된 우주조약에 따르면 달이나 외계 행성의 어떤 곳이라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주에 보낸 물체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보호법은 마련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가 달에 남겨진 쓰레기 더미를 역사자원으로 선포한 데에는 ‘아폴로프로젝트에 크게 기여한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캘리포니아주에 있다’는 사실이 적용됐다.

앞으로 캘리포니아주는 이 역사자원을 UN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