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2월 10일 러시아 시베리아 상공 790km에서 인공위성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던 러시아의 군사용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비행하던 미국 상업 통신위성 이리듐 33호의 측면을 들이받는, 사상 최초의 ‘우주교통사고’였다.
이 사고의 피해자를 굳이 따지자면 이리듐 쪽이다.
코스모스 2251호는 1995년 이미 수명을 다해 지구 궤도에 버려진 ‘우주쓰레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우주쓰레기들의 충돌이 잦아지면 파편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자칫하면 충돌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유럽우주국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물 3만 6000여 개 가운데 6%만이 제 기능을 하며, 나머지 94%는 수명을 다했거나 부서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리듐의 사고 후 과학자들은 이런 인공물을 수거하거나 미사일로 파괴하는 방법에 크게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학자들이 모두 우주쓰레기를 없애는 방법만 연구하는 건 아니다.
우주에 떠도는 인공물들을 모두 쓰레기로 취급하기에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이 많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주 플린더스대 고고학과 앨리스 골먼 교수는 우주를 인류문명이 새로이 만든 문화 공간(cultural landscape)이라고 설명한다.
고고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주쓰레기들은 지구 중력을 정복한 인류문명의 독특한 역사를 담고 있다는 것이 골먼 교수의 주장이다.
지구에서 시작된 인류문명에 빗대자면,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고 우주탐사시대를 열고 있는 현 시대는 이제 막 새로운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석기시대나 마찬가지다.
인류사에서는 석기 시대의 조상이 무심코 남긴 낙서나 단순한 도구들이 현재 수많은 고고학자와 역사학자에게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를 생각하면 현재 우주 공간에 남은 수많은 인공물들 가운데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골먼 교수는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 가운데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골라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1958년에 쏘아 올려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가장 오래된 인공물, ‘뱅가드 1호’ 같은 인공위성은 ‘쓰레기’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남겨야 한다는 얘기다.
대부분 인공위성은 희박한 대기와의 마찰 때문에 서서히 지구로 추락한다.
15년 간 임무를 마치고 지난 2001년 태평양으로 추락한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는 운영 예산이 부족해 추락하게 내버려뒀다.
하지만 축구공만한 크기의 뱅가드 1호는 그대로 둬도 앞으로 약 600년 동안 지구 궤도를 더 돌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우주여행이 대중화된다면 이런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인공위성은 가까이 가볼 만한 관광지가 되는 셈이다.
지난 2010년 1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달에 남겨진 쓰레기 더미를 ‘역사자원’(historical resources)으로 지정해, ‘우주쓰레기 다시보기’에 대한 주장에 힘을 실었다.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과 에드윈 버즈 올드린이 달에 버리고 온 2톤이 넘는 쓰레기를 캘리포니아주의 역사자원으로 지정한 것이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던 이들이 달에 남기고 온 물품 목록에는, 달 지진과 운석 충돌의 충격을 탐지하는 지진파 탐지기, 달과 지구 사이의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는데 쓰이는 레이저 반사경 같은 과학탐사도구와 미국 국기와 달 착륙 기념판 같은 물품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달 탐사선 이륙 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버린 우주 장화, 우주선 좌석 팔걸이, 망치, 삽, 카메라, 깡통, 사슬, 배설물이 담긴 봉지 같은 쓰레기들이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주의 역사자원(historical resources) 지정이 달에 남겨진 물품들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1967년 지정된 우주조약에 따르면 달이나 외계 행성의 어떤 곳이라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주에 보낸 물체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보호법은 마련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가 달에 남겨진 쓰레기 더미를 역사자원으로 선포한 데에는 ‘아폴로프로젝트에 크게 기여한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캘리포니아주에 있다’는 사실이 적용됐다.
앞으로 캘리포니아주는 이 역사자원을 UN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