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지

편 지

점심을 얻어 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

병상일기

병상일기

아플 땐 누구라도

외로운 섬이 되지

하루종일 누워지내면

문득 그리워지는

일상의 바쁜 걸음

무작정 부럽기만 한

이웃의 웃음소리

가벼운 위로의 말은

가벼운 수초(水草)처럼 뜰 뿐

마음 깊이 뿌리내리진 못해도

그래도 듣고 싶어지네

남들 보기엔

별 것 아닌 아픔이어도

삶보다는 죽음을

더 가까이 느껴보며

혼자 누워 있는 외딴섬

무너지진 말이야지

아픔이 주는 쓸쓸함을

홀로 견지면 노래할 수 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삶을 껴안는 너그러움과

겸허한 사랑을 배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