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6일 개봉한 영화 ‘월·E’의 주인공은 바퀴로 움직이며 지구의 폐기물을 수집하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식물탐사로봇 ‘이브’에게 사랑을 느껴 ‘그녀’를 따라 우주로 향한다.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월·E와 이브의 조상이 되는 로봇은 지금도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7월 31일 화성에서 물을 발견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탐사로봇 ‘피닉스’다.
피닉스는 5월 25일 화성 북위 68° 지점에 있는 ‘바스티타스 보레알리스’ 지역에 착륙한 뒤부터 땅을 파고 토양을 분석하며 물을 탐사하고 있다.
피닉스(phoenix)는 불사조라는 뜻이다.
불사조는 생명이 다하면 스스로 몸을 태워 죽었다가 재에서 다시 탄생하는 신화 속 동물이다.
피닉스가 이런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죽은’ 로봇의 부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피닉스는 2000년 미션이 취소된 ‘마스 서베이어 2001’ 탐사로봇의 기본 뼈대에 2004년 화성의 극지방에 착륙하다가 추락한 ‘마스 폴라 랜더’의 실험장치 일부를 업그레이드해 붙였다.
피닉스는 탐사로봇이지만 월·E나 이브처럼 이동할 수는 없다.
바퀴가 없는 고정형 탐사로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 못지 않은 기능을 갖췄다.
피닉스에는 월·E의 두 눈에 해당하는 입체영상 카메라가 달렸다.
두 대의 카메라로 같은 곳을 보기 때문에 마치 사람의 눈으로 보듯 화성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줄 수 있다.
이 카메라는 선배 탐사로봇 마스 패스파인더와 마스 폴라 랜더의 눈을 업그레이드해 이식한 것이다.
티타늄과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로봇팔도 있다.
로봇팔은 2.35m까지 펼 수 있고 손목에는 굴삭기가 있어 0.5m 깊이까지 땅을 팔 수 있다.
손에는 카메라가 붙어 있어 토양의 실제 모습을 찍을 수도 있다.
로봇팔로 채취한 흙은 ‘열처리가스 분석기’로 보내 980°C로 가열한다.
토양을 가열하면 성분이 기체로 변하는데 이때 물, 탄소, 질소, 황, 인 같은 물질이 있는지 분석한다.
이들 물질은 생명체를 구성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이외에도 4가지 광물을 구별할 수 있는 광학현미경과 토양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체도 장착했다.
화성에는 피닉스보다 일찍 도착해 활동하는 선배로봇도 있다.
2003년에 화성에 착륙한 쌍둥이 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다.
이들은 90일 정도만 탐사활동을 한 뒤 은퇴하기로 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열심히 탐사를 하고 있다.
화성의 대기나 지형 사진을 촬영하거나 토양이나 암석에 구멍을 뚫어 내무 모습을 찍어 지구로 전송하는 것이 두 로봇의 임무다.
내년에는 또 다른 탐사로봇이 화성으로 향한다.
NASA가 개발한 대형 정밀 탐사로봇 ‘마스 사이언스 래보러토리’(MSL)는 내년 지구를 떠나 2010년에 도착할 예정이다.
유럽우주국의 탐사로봇 ‘엑소마스’도 2014년에 화성으로 출발하게 된다.
영화처럼 탐사로봇이 스스로 화성의 하늘을 날거나 위기가 직면한다고 폭발형 무기를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탐사로봇 기술이 축적되고 발전해야 월·E나 이브 같은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