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피하라! 최근 몇 년간 항공사와 항공기 제조업체들의 지상과제다.
항공기가 날 때 나오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혔기 때문이다.
항공연료로 사용되는 항공유(제트A)는 같은 양의 일반 기름이 연소하는 것보다 3배 정도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미국만 해도 항공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10%를 차지한다.
또 미국 연방항공위원회는 2025년이면 항공기 이용객이 지금의 2배로 늘어나 항공기 온실가스 배출량도 지금의 1.6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항공업계가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말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항공업계는 항공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두 가지 방향으로 방법을 찾고 있다.
첫째는 친환경적인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항공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항공기를 설계하는 것이다.
수소연료전지와 2차 전지, 바이오 연료 등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어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적 반응으로 동력을 얻고,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 연료의 대표주자다.
보잉사는 2008년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해 2인승 항공기를 개발했다.
이 항공기는 20분간 시속 100km를 직선으로 비행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이륙하는데 보조 전지의 힘을 빌렸다.
독일항공우주센터의 주도로 2009년 독일에서 개발한 1인승 항공기인 ‘안타레스 DLR-H2’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항공기로 꼽힌다.
이 항공기는 보잉사의 항공기와 달리 수소연료전지의 동력만으로 이륙해 5시간 동안 750km를 비행했다.
프로펠러가 달린 글라이더 모양의 안타레스 DLR-H2는 20m 길이의 날개 아래 액체수소 탱크와 연료전지 장치를 달고 있다.
액체수소가 연료로 사용돼 전기에너지를 만드는데, 이때 수소가 대기 중의 산소와 전기화학적 반응을 한다.
이 밖에도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무인항공기는 정찰용이나 통신 중계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 중소기업에서도 다양한 크기의 수소연료전지 무인항공기를 만들고 있다.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가 발달함에 따라 전지만 사용하는 전기항공기도 개발되고 있다.
2008년 미국의 소넥스사는 피스톤 엔진과 연료 탱크 대신 전기 모터와 리튬 폴리머 배터리로 약 1시간 30분 정도 비행할 수 있는 전동 비행기도 개발한 바 있다.
2009년에는 프랑스에서 ‘일렉트라 F-WMDJ’라는 전기항공기도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48분 동안 약 50km 거리를 비행한 이 항공기는 47kg 무게의 리튬-폴리머 전지를 사용했다.
항공기 연료로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항공기 연료는 폭우가 쏟아져도 불이 붙고, 영하 40도 아래에서도 연료 상태가 변하지 않아야 한다.
또 제트연료처럼 에너지 효율이 좋아 적은 양의 연료로 멀리까지 날아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바이오연료는 0도씨 안팎에서 얼어 항공기 연료로 쓰는 데 어려움이 있다.
보잉사와 버진 애틀랜틱 항공사가 2008년 영국 런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비행하는 데 바이오디젤을 이용했지만, 이는 바이오디젤과 제트연료를 2대 8의 비율로 섞은 것이었다.
이에 보잉사 측은 바이오디젤의 비율을 반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하고 있다.
항공기를 친환경적으로 설계한 것은 보잉사의 787기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최근 개발과 생산에 성공한 보잉사의 787기는 꿈의 비행기라는 뜻의 ‘드림라이너’(Dreamliner)로도 잘 알려져 있다.
드림라이너는 가벼운 탄소섬유 복합체로 비행기 몸체와 날개 등 기본구조체의 50%를 만들어 ‘가볍고 튼튼’하다.
항공기가 가볍다는 것은 그만큼 연료를 적게 소비한다는 이야기.
따라서 이 항공기는 에너지 효율과 탄소배출 면에서 뛰어나다.
같은 크기의 항공기와 비교했을 때 연료는 20%나 적게 들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20% 이상 적다.
복합소재로 만든 보잉787기는 소재가 덜 상하고 녹슬 확률도 낮다.
그만큼 정비 비용이 줄어들고 운항수명이 늘어나는 셈이다.
자원 절약이라는 측면에서 드림라이너가 친환경적인 설계로 꼽히는 까닭이다.
현재 운항 중인 모든 항공기를 단숨에 친환경 항공기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친환경 항공기술의 발전은 계속되고, 지구를 살리려는 인간의 의지도 강해지고 있다.
당분간 항공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로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