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는 4번 엔진부터 시동 건다

사람과 화물을 싣고 하늘을 나는 항공기.

그 엄청난 무게를 가지고도 하늘을 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중력을 이기고 하늘로 뜨게 만드는 힘인 양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힘은 항공기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추력에서 나온다.

추력은 항공기의 엔진에서 만들어지는데, 항공기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더 많은 힘이 필요하므로 엔진도 여러 개 필요하다.

오늘날의 민간 항공기에는 보통 2개나 4개, 또는 그 이상의 엔진이 있다.

3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우고 하늘을 나는 점보 여객기의 경우에는 양쪽 날개에 각각 2개씩, 총 4개의 엔진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 꼬리 날개에 보조엔진 1개가 더 달린 것도 있다.

이들 엔진에는 구별을 쉽게 하기 위한 번호가 붙는다.

이 번호는 항공기를 기준으로 왼쪽부터 정해진다.

즉, 항공기 꼬리에서 머리를 봤을 때 왼쪽 가장 바깥쪽 엔진이 1번이 되고, 오른쪽으로 가면서 차례대로 2, 3, 4번의 번호를 준다.

그렇다면, 이 4개의 엔진 중에서 가장 먼저 시동이 걸리는 엔진은 몇 번일까? 보통 숫자의 시작인 1번을 떠올리겠지만, 실제는 1번이 아닌 4번 엔진이다.

번호 순으로 차례대로 시동을 걸면 기억하기도 쉽고 편할 텐데, 왜 4번 엔진부터 거꾸로 시동을 거는 것일까? 물론 아무 엔진이나 먼저 시동을 걸어도 엔진은 돌아간다.

하지만 항공기 제작사는 4번 엔진부터 시동을 걸도록 권하고 있고, 이유는 바로 ‘안전’ 때문이다.

4번 엔진에 항공기 풋 브레이크의 움직임과 관련된 장치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풋 브레이크는 항공기가 착륙하는 데 사용되는 여러 브레이크 중 하나다.

주로 항공기가 지상에 닿은 이후 타이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해 속도를 줄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브레이크는 착륙뿐 아니라 이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공기에 시동을 걸 때는 제트 엔진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추진력이 생긴다.

그런데 이 힘 때문에 항공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항공기 주변 건물이나 시설물에 피해를 줄 수 있고, 따라서 항공기에 시동을 걸 때는 만약의 안전 사고에 대비해 반드시 풋 브레이크를 먼저 작동시켜야 한다.

이는 자동차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동 기어로 된 자동차의 시동을 걸려면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것.

이것 역시 시동을 걸면서 자동차가 움직여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자동 기어의 자동차도 역시, 기어를 주차 모드로 하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면 이 풋 브레이크는 왜 가장 오른쪽에 있는 4번 엔진과 연결된 것일까.

그 이유는 승객의 움직임과 관련 있다.

항공기는 왼쪽에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터널이나 계단이 연결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승객의 동선이 없는 오른쪽 4번 엔진을 연결해 제일 먼저 시동을 걸도록 한 것이다.

항공기 엔진에는 시동 거는 순서처럼 ‘거꾸로’인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엔진 역추진 장치’라 불리는 브레이크 시스템이고, 이러한 ‘엔진 역추진 장치’는 항공기의 안전한 착륙을 위해 엔진이 내뿜는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가르켜 ‘엔진이 거꾸로 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항공기 엔진은 공기를 엔진 안으로 빨아들인 후,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한다.

하나는 연료를 태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기를 빠른 바람으로 변화시켜 뒤로 내뿜게 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가 항공기의 추진력을 만들기 위함인데,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바람을 뒤로 내뿜게 하는 것이 더 많은 힘을 만든다.

따라서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줄이면 항공기의 추진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를 차단할 방법은 마땅치 않아 실제 항공기는 공기가 엔진 뒤로 뿜어 나오지 않도록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사용한다.

엔진 역추진 장치는 지상에 항공기 바퀴가 닿으면 엔진 덮개 일부를 연다.

그리고 비행 중 엔진 뒤로 뿜어내던 공기를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게 해 추진력을 분산시킨다.

그러면 항공기의 속도가 줄어든다.

항공기 엔진은 4번부터 거꾸로 시동을 걸어 항공기의 갑작스런 움직임을 막고, 착륙할 때도 바람의 방향을 추진력과 다른 곳으로 흩어지게 해 추진력을 감소시킨다.

거꾸로지만 제대로 날아가고 착륙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셈이다.

혹시 항공기에 탑승해 오른쪽 날개 부분에 앉게 된다면 날개 아래 엔진을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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