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는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하늘에도 등대가 있다.
항공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하늘의 등대인 ‘항공무선표지소’는 항공기에게 필요한 방향과 거리 정보를 전달하고, 지상의 관제탑과 항공기 조종석 간의 교신을 위한 중계소 역할을 한다.
항공무선표지소의 대표적인 시설은 전방향무선표지시설과 거리측정장비, 전술항행표지시설이다.
이들은 무선항법(전파항법)에 이용되는 것으로 모두 전파가 곧게 나가는 원리, 즉 직진성에 바탕을 둔다.
전방향무선표지시설은 360도 전 방향으로 전파를 쏘아 항공기에 동서남북 방위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항공기는 이 장비 근처를 날아가면서 전파신호를 받고, 자신의 위치와 목적지 방향을 확인한다.
그 다음은 거리측정장비와 전파를 주고받아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파악한다.
목적지의 기지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전파를 송출해 기지국과의 반응시간을 측정하면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전술항행표지시설은 원래 군용 항공기의 항법 시스템이다.
항공기에게 지상 기지국으로부터의 거리 및 각도를 제공한다는 점은 전방향무선표지시설과 거리측정장비와 같지만 전술항행표지시설은 이들보다 훨씬 정밀하다.
특히 전술항행표지시설은 거리와 방위 정보를 한번에 제공할 수 있고, 장소를 이동시키기에 더 유리하다.
항공기의 항로를 안내하는 장비들이 사용하는 전파는 하늘에서 전파를 발사하고 수신하기 때문에 유효범위가 넓고, 다른 전파에 의해 방해를 쉽게 받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주로 사용하는 것이 초단파나 극초단파다.
초단파는 30~300MHz의 파장을 가지는 전파로 FM라디오와 지상파DMB, 아날로그 TV, 무전기 등에 이용한다.
극초단파는 300MHz~3000MHz까지의 파장을 가지며 TV, 이동통신, GPS위성 등에 사용된다.
이들은 주파수가 낮아 멀리 나가는 특징이 있으므로 항공기 전파항법에 적합하다.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항공기를 위한 ‘하늘의 등대’가 여러 전파를 쏘아올리고 있다.
이 덕분에 항공기는 안전하게 운항한다.
이제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볼 때 길을 안내하는 보이지 않는 전파를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 용어정리 ◎ 전방향무선표지시설(VOR, VHF Omni-directional Range) ◎ 거리측정장비(DME, Distance Measuring Equipment) ◎ 전술항행표지시설(TACAN, Tactical Air Navigation) ◎ 초단파(VHF, Very high frequency) ◎ 극초단파(UHF, Ultra-high frequency)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2010년 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