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사천공항 활주로 한편에 거대한 헬리콥터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헬기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복합소재로 만든 회전 날개(로터 블레이드)가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시험비행 조종사가 엔진의 출력을 높이자 거대한 동체의 헬리콥터가 지상에서 하늘로 가볍게 날아올랐다.
순간 숨죽이며 이 모습을 살펴보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일제히 ‘와~’하고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바로 최초의 국산헬리콥터, ‘수리온’(SURION)의 첫 번째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이날 수리온은 지상에서 10미터 정도 이륙해 제자리 비행 후 착륙하는 ‘초도비행’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로써 우리 손으로 직접 헬리콥터를 만들어 하늘에 띄우고자 하는 오랜 염원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수리온의 성공적인 시험비행을 통하여 이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세계 11번째 헬리콥터 개발국이 됐다.
앞으로 2012년까지 여러 가지 조건에서의 비행시험이 계속될 예정이다.
이 감동적인 시험 비행 뒤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헬리콥터의 날개는 날개가 고정된 비행기와 달리 회전 운동을 하면서 양력과 추진력을 동시에 얻는다.
이 때문에 헬리콥터 날개를 만드는 기술은 매우 까다롭고, 선진국에서도 기술을 잘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개발팀은 외국에서 기술을 배우지 못했다.
회전 날개를 개발해 본 경험이 전혀 없다 보니 회전 날개를 만들기 위한 틀(몰드)을 제작하는 것부터 어려움에 부딪혔다.
하지만, 탄소섬유와 유리섬유를 접착제로 한 겹씩 붙인 다음 오토 클레이브로 불리는 장치를 이용해 고온․고압 상태에서의 제작을 통해 최초의 국산 회전 날개가 탄생했다.
기온변화와 외부오염, 충격 및 진동 등에도 모양을 유지해야 하므로 일부는 금속재료를 사용했다.
다른 부분은 복합소재를 이용해 가볍게 만들고, 내부를 벌집모양으로 만들어 목표로 했던 성능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수리온의 날개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에 더해 조종 장치에도 최첨단 기술이 도입됐다.
기존의 헬리콥터는 2명의 조종사 중 1명은 반드시 조종간을 잡고 있어야했다.
하지만 자동비행조종장치가 있는 수리온은 조종사가 비행 중에 조종간에서 손을 떼도 공중에서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됐다.
또 디지털화 된 조종석과 헬리콥터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감시 장치가 있어 비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손쉽고 빠르게 알 수 있다.
이 기술 역시 다국적 헬기 제작사인 유로콥터 기술자들에게 어렵게 배워가며 얻었다.
이렇게 개발된 수리온의 기동 능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공중에서 안정적으로 뜨는 기술인 ‘호버링’(hovering)과 ‘수평 비행능력’이 매우 뛰어난데,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운항하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조종석을 설계할 때는 미리 육군 남녀 헬리콥터 조종사들의 체형을 측정해 그 수치를 반영했다.
기동능력부터 조종석 설계까지 말 그대로 ‘한국형기동헬리콥터’를 만든 셈이다.
‘수리온’의 또 다른 특징은 최첨단 복합소재를 사용해 기체의 중량은 감소한 반면 내구성은 더욱 강화됐다는 점이다.
웬만한 선진국도 개발하기 어렵다는 헬리콥터 개발을 우리나라가 해냈다.
이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기술자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도 좌절하지 않았던 연구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우리나라가 만든 최초의 헬리콥터, 수리온이 멋지게 하늘을 날아오르길 기대해 본다.
■ 미니해설 한국형기동헬리콥터 수리온의 뜻 : 수리온은 독수리의 ‘수리’와 100이란 뜻을 지닌 순 우리말 ‘온’을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향후 실전배치 될 KUH가 독수리의 용맹함과 빠른 기동성, 국산화 100%의 완벽성을 갖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초의 국산 회전익기가 됐으면 하는 전 국민의 염원을 내포하고 있다.
글 : 푸른하늘 편집부 도움 : 계동혁 월간항공 기자 출처 : 카리스쿨(http://www.karischool.re.kr/)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