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우주정거장에 1000마리의 초파리를 데려갔다.
바로 이들을 우주실험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다른 동물도 많을 텐데 하필 조그맣고 힘없는 초파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초파리는 거의 100여년의 역사를 가지는 유전자 실험재료다.
그 이유는 사람의 질병 유전자 74%가 초파리 유전자와 일치해 사람을 연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우주실험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인류가 우주탐험을 하기 이전에 우주환경이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전에 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바로 이것을 초파리를 통해서 관찰할 수 있다.
초파리는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질(음성 주지성)을 가져 컴컴한 곳에서도 본능적으로 위로 날아간다.
그런데 중력이 사라진 우주공간에 가면 초파리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 때 유전자 돌연변이 초파리가 나타날 수 있고, 과학자들은 이것을 관찰하려고 한다.
과학자들은 초파리와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중력에 반응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유전자를 미리 찾아내는 것은 미래에 인간이 우주에서 생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 환경에 머물다 돌아온 초파리는 늙음에 반응하는 유전자(노화 유전자)를 찾는 데에도 사용된다.
초파리가 우주 환경에서 빨리 늙는다는 사실은 이미 미국과 유럽의 우주실험에서 밝혀졌다.
보통 초파리의 수명은 60일인데 우주공간에서 살다 온 초파리는 30일 밖에 살지 못한 것이다.
인간의 수명을 60~100년으로 봤을 때 초파리가 우주공간에서 10일간 지내다 온 것은 인간이 10년을 산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를 관찰함으로써 우주공간이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겠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목표다.
우주인의 중력 적응과 수명 등 미래 우주생활을 시작할 인류에게 초파리는 여러가지 지식을 알려주는 고마운 곤충인 셈이다.
글 : 이진우 과학칼럼니스트
2009년 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