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우주 탐험하는 예비 우주인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이 드디어 결정됐다.

지난해 12월 선발된 고산 씨와 이소연 씨 가운데 고산 씨가 우주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고산 씨는 2008년 4월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가 열흘간 머무르며 각종 우주 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왜 한 명만 우주로 보내면서 두 명을 선발한 걸까? 그리고 두 명 다 4월까지 러시아에서 계속 같은 훈련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이유가 뭘까.

유인우주탐사에는 탑승 우주인(primary crew) 뿐 아니라 예비 우주인(back-up crew)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비 우주인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탑승 우주인이 우주에 나갈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일 때 이를 대신하는 것.

보통 우주에 나가기 위해서는 1년~수년에 걸친 훈련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탑승 우주인의 건강상태가 안 좋아지거나 자잘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지구상에서는 약을 먹고 푹 쉬면 될 가벼운 열이나 관절의 통증이라도 무중력에 공기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미리 짜놓은 발사 계획을 수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정에 맞출 수 있는 예비 우주인이 탑승하게 된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예비 우주인은 발사 직전까지 탑승 우주인과 동일한 훈련을 받는다.

자신들의 체형에 맞춘 우주복과 우주선 내부 장비도 미리 따로 갖고 있다.

발사 직전에 따로 제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우주선 발사 6시간 전에 이뤄지는 최종 점검 때 탑승 우주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예비 우주인이 나간 경우가 몇 번 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지구상에서의 보조 역할이다.

우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대비 훈련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미처 상상하지 못 했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영화 ‘아폴로 13호’에 잘 나타난다.

지구로 돌아올 방안을 찾지 못 해 우주 공간에서 표류하는 아폴로 13호의 우주인들을 대신해 지구에 남은 예비 우주인이 궤도를 시뮬레이션한다.

예비 우주인은 탑승 우주인을 이끄는 ‘내비게이터’이자 ‘구명줄’ 역할을 한 셈이다.

고산 씨와 이소연 씨 두 사람 뿐 아니라 내년 4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탈 탑승자 모두 탑승과 예비 두 조로 나뉘어있다.

선발된 고산 씨는 러시아 우주인 세리게이 풀코프, 올레그 코노겐코와 함께 탑승조를, 이소연 씨는 세리게이 크리칼로프, 막심 수라예프와 함께 예비조를 이룬다.

이들은 소유즈호가 발사대를 떠나기 직전까지 훈련 과정을 공유할 예정이다.

예비 우주인은 탑승 우주인 못지않은 우주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우주 계획에 탑승 우주인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지난 8월 발사된 미국의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에 탑승한 여교사 모건 씨 역시 1986년 발사된 챌린저호의 예비 우주인이었다.

당시 챌린저호가 폭발 참사를 맞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지만, 모건 씨는 이를 극복하고 21년만에 우주로 향한 꿈을 이뤘다.

우리나라가 꾸준하게 유인 우주 탐사에 참여한다면 이번의 예비 우주인으로 선발된 이소연 씨가 누구보다 뛰어난 탑승 우주인으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 탑승 우주인과 예비 우주인으로 선정되었지만 고산 씨와 이소연 씨는 둘 다 “둘 가운데 누구를 우주에 보내도 될만큼” 능력이 뛰어난 ‘우주인’이다.

이들은 2008년 4월까지 늘 함께 하며 고락을 나눌 예정이다.

우주로 나가는 사람이든 지구에 남아있는 사람이든 어엿한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이자 우주 과학자임이 분명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탑승 우주인의 뒤에 예비 우주인의 묵묵한 노력이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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