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으로 하늘길 뚫는다!

콰르릉 펑! 엄청난 소리와 함께 로켓이 발사되고, 거기에 실렸던 인공위성이 우주로 날아간다.

발사된 인공위성이 안정 궤도에 진입하면 오랜 시간 같은 높이에서 자신이 맡은 바를 수행하게 된다.

위성의 임무는 통신, 기상 관측, 군사적 감시 등으로 다양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용도는 ‘위치측정시스템’이다.

위치측정시스템 중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용으로 잘 알려진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24개의 위성이 지구를 감싸는 형태로 존재한다.

지상의 GPS 사용자가 위성의 신호를 받으면 자신의 3차원 위치(경도, 위도, 높이)와 정확한 시간, 속도 등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인공위성을 활용하면 자동차와 비행기, 선박이 더 빠른 길을 찾고, 사고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제 대한민국의 하늘길을 정리하는 데도 인공위성이 이용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2009년 말, ‘성능기반항행’(PBN, Performance Based Navigation)의 로드맵을 발표하였으며, 2016년까지 인공위성을 이용해 비행로를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성능기반항행’은 인공위성과 항공기의 전자장비를 이용해 비행로를 설정하는 시스템이며, 이를 이용하면 비행로를 단축시키고, 폭도 좁힐 수 있다.

비행시간이 줄어드니 연료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고, 비행로도 더 많이 만들 수 있어 늘어나는 항공교통량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 그동안 비행로는 어떻게 운영됐고, 인공위성을 이용하면 무엇이 더 좋아지는 것일까.

비행로는 ‘이륙rarr순항rarr착륙’의 순으로 출발비행로, 항로, 착륙비행로로 구성되는 전체 경로를 말한다.

그런데 이 길은 지상에 설치된 항행안전시설이 제공하는 전파를 받기 좋게 설정돼야 한다.

그래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직선으로 잇는 최단경로가 아니라 조금 돌아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때문에 연료는 더 많이 쓰게 되고 탄소 배출량도 늘어난다.

하지만 ‘성능기반항행’에서는 항행안전시설 대신 인공위성이 항공기와 직접 소통한다.

따라서 항행안전시설의 위치와 상관없이 비행로를 설정할 수 있고, 출발지와 목적지간의 최단거리로 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연료 소모는 물론 탄소배출량까지 줄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성능기반항행’으로 만들어질 비행로를 ‘녹색 하늘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토해양부는 현재 운영 중인 25개의 비행로와 이와 연계된 공항의 출발 및 착륙비행로의 비행거리를 최소 4마일(약 6.5킬로미터) 단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연간 약 116억원어치 연료를 아끼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4만 6000톤까지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인공위성이 하늘길 설정에 이용됨으로써 비용도 절약하고 환경도 생각하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성능기반항행’은 늘어나는 항공교통량을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 다소 넓게 설정된 비행로를 좁혀서 비행로의 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을 이용하면 항행안전시설보다 오차가 작기 때문에 비행기가 비행로를 이탈할 위험이 적어진다.

이 덕분에 비행로의 폭을 좁게 설정할 수 있어 지금보다 더 많은 비행로를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항공교통량이 많은 지역의 정체현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국내 항공교통량은 연 평균 약 7.3%씩 늘어났고, 현재 우리나라 일부구간의 교통량은 세계에서도 뒤지지 않을 만큼 많다.

2007년 세계 교통량 순위에서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의 노선은 일주일에 858편의 비행기가 운항하고 있어 세계에서 3번째로 혼잡한 곳으로 꼽혔다.

2009년 같은 구간의 운항은 일주일에 1152편으로 무려 35%나 증가했다.

성능기반항행의 도입이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국내 대다수의 비행기는 첨단 항법장비를 갖추고 있어 단축 비행로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단축 비행로가 정착되면 지상에 있는 항행안전시설에도 덜 의존하게 될 것이므로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게 인공위성을 이용한 비행로는 이동시간 단축뿐 아니라 연료 절약, 탄소배출 줄이기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하늘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으로 비행할 날을 기대해보자.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2010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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