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과 슈퍼컴으로 추적하는 허리케인

2005년 8월24일.

미국 동남쪽 바하마제도 해상에서 습한 열대성 비구름덩어리가 형성되고 있었다.

계속 커진 이 덩어리는 디즈니랜드가 있는 플로리다로 향했다.

그리고는 서북쪽으로 진로를 틀어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로 다가갔다.

해마다 8~10월경 미국 남쪽 대서양에서 10개 정도가 발생하는 허리케인 중 하나로 강력한 폭풍을 몰고 온 그녀의 이름은 ‘카트리나’였다.

‘카트리나’는 바다의 수온이 상승해 27℃를 넘으면서 증발한 바닷물이 치솟아 뭉쳐진 에너지덩어리였다.

‘카트리나’는 하루 전 바하마제도에 있을 때만 해도 중심 풍속이 시속 60km 미만 이었지만, 믿기지 않게도 이틀 만에 시속 170km의 빠른 속도로 돌변했다.

이 허리케인은 4일 만인 28일 뉴올리언스 상륙 직전에도 속도가 거의 이전의 2배 수준인 시속 270km였다.

‘카트리나’ 몸통의 최대지름은 228km였다.

서울-부산 간 거리(480km)의 절반이나 되는 크기의 ‘카트리나’는 한반도를 덮을 만한 엄청난 것이었다.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할퀸 29일 새벽.

시속233km의 강풍과 450mm의 비, 그리고 7~8m나 되는 파도가 동시에 이 도시를 덮쳤다.

사람들은 미처 피하지 못했고 도시는 물속에 잠겼다.

31일 북쪽 캐나다 국경에서 허리케인이 소멸한 후 피해액은 약 2,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렇게 큰 손해를 보게 된 이유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예상하지 못했고, 아무도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허리케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자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들은 아직도 5년 전 카트리나가 왔을 때 대비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기억하는 과학자들이었다.

2010년 8월 15일.

NASA는 자체 비행기와 위성, 그리고 북미해양대기국(NOAA)과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제공한 비행기로 멕시코만에서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여러 대의 비행기와 해양위성, 우주위성까지 활용하면서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다양한 첨단장비를 활용했다.

허리케인의 정체를 알기 위해 입체적인 작전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 저궤도에서 폭풍을 살펴보는 데 그쳤지만, 비행기에 실린 기기들은 폭풍 내부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한 관계자는 “누구라도 폭풍 깊숙한 곳을 20시간이나 계속 살펴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흥분될 지 생각해 보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6주 계획으로 시작된 NASA의 프로젝트 ‘그립(GRIP)’은 10월 6일 끝났다.

과학자들은 첨단 기상측정장비를 실은 비행기를 타고 태풍의 중심까지 날아가 허리케인의 탄생과정을 촬영하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로 위협적 허리케인이 될 구름과 그렇지 않은 구름을 구별해 내는 방법을 알아내고, 이를 사람들에게 알려 대비할 수 있도록 자료 분석을 하게 된다.

NASA 합동연구팀의 조사대상이 된 허리케인은 ‘칼(Karl)’과 ‘얼(Earl)’이었다.

9월 16일 NASA의 항공기 3대가 동시에 멕시코만 상공에 떠 있는 ‘칼’에게 다가가 실시간모니터링 화면을 잡았다.

그리고 지상의 모니터에 이 자료를 올려 과학자들과 영상을 공유했다.

이들은 허리케인이 막 형성되려 할 때 재빨리 각종 기상측정장비가 갖춰진 비행기를 타고 허리케인 속으로 들어갔다.

특히 유인비행기 ‘DC-8’을 탄 과학자들은 무인비행기 ‘글로벌호크’와 함께 기온이 영하 40℃~영하 60℃에 이르는 18km 상공에서 태풍 ‘칼’의 ‘태풍의 눈’(지름 3km~370km)‘을 가로지르는 시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은 9월 17일 ‘칼’이 멕시코 내륙으로 상륙할 때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번개 치는 허리케인 위로 죽 늘어선 얼음구름, 그리고 이것들이 녹아 태풍 속에서 폭우가 되어 쏟아지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는 행운도 누렸다.

이렇게 거의 2달에 걸쳐 허리케인의 정체를 파악하는 조사가 끝났다.

NASA의 과학자들이 확보한 허리케인 데이터에는 ▲3D구름 구조 ▲비 내리는 구조▲바람의 속도 ▲번개 칠 때의 데이터▲레이저 카메라로 찍은 허리케인 안팎의 구름 모습 ▲습도, 압력, 온도의 구성 등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 방대한 자료를 슈퍼컴퓨터에 넣어 분석, 응용하면 향후 수년 내 허리케인 발생 시 경로를 예측하고 대비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면 허리케인의 징후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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