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한 대한민국 우주인 이소연 씨는 9박10일 동안 우주에서 과학실험을 했다.
2박3일의 여행을 떠날 때도 여벌의 옷을 가져가는데 10일 동안 머무는 이소연 씨가 입은 옷은 어떤 것이었을까?
ISS에 설치된 카메라에 비친 이소연 씨는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편안한 복장이었다.
ISS는 평균 20°C를 유지하는데 이 온도를 덥게 느끼는 우주인은 짧은 작업복을 입는다.
간단한 옷이지만 여기에는 중력이 아주 작아 무중력에 가까운 곳에서 우주인이 사고 없이 편하게 생활하도록 돕는 기능이 있다.
반바지 아래쪽에는 여러 도구를 붙일 수 있는 벨크로(찍찍이)가 있다.
ISS에서는 물건이 떠다니기 때문에 작업하는 곳 주변에 물건을 함부로 놓아두면 안 된다.
반드시 주머니에 넣거나 찍찍이에 붙여둬야 한다.
수첩이나 펜은 물론 우주 식량도 붙일 수 있다.
작업복의 재질은 대개 잘 늘어나는 스판덱스다.
스판덱스는 면이나 털처럼 보풀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밀폐된 ISS에서는 먼지 발생이 적어야 한다.
지구에서는 큰 먼지가 바닥에 가라앉지만 우주에서는 하염없이 떠다니다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팔 작업복에 일반 단추가 아닌 똑딱이 단추가 붙은 이유도 조그마한 단추가 떨어져 ISS에 떠다니다 입이나 코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스판덱스는 탄력이 있어 우주인이 활동할 때 조금이라도 힘을 더 쓰게 한다.
중력이 거의 없는 ISS에서는 우주인의 운동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복을 통해 일부러 근육의 사용을 늘린다.
우주인은 잠잘 때도 작업복을 입기 때문에 잠옷이 따로 없다.
대신 침낭은 필수다.
침낭 바깥쪽에는 짧은 끈이 있어 ISS 벽에 달린 고리에 묶어 고정시킬 수 있다.
침낭 자체에는 보온기능이 별로 없다.
따뜻한 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긴 작업복을 입을 뿐이다.
침낭에는 팔이나 다리를 꺼낸 채 잘 수 있도록 구멍이 나 있는데 잠에서 깬 우주인은 간혹 공중에 떠다니는 자신의 팔을 보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고 한다.
우주인은 많은 땀을 흘리지는 않지만 잠잘 때도 작업복을 입기 때문에 평균 3일마다 갈아입는다.
ISS에는 세탁기가 없다.
그래서 입고 난 작업복은 모아뒀다가 프로그레스 화물선에 실어 지구로 보낸다.
프로그레스 화물선은 우주인에게 필요한 물이나 식량, 의복을 ISS에 실어온 뒤 쓰레기를 갖고 지구로 떨어져 대기권에서 불타 사라진다.
우주인이 입는 소콜 우주복을 제외하면 지구로 돌아오는 의복은 없는 셈이다.
이소연 씨보다 오래 머무는 러시아 우주인은 작업복 외에도 특수 기능이 있는 옷을 입는다.
‘펭귄 슈트’라 불리는 운동복은 옷 안에 스프링과 밴드가 있어 움직임을 불편하게 한다.
팔이나 허리를 굽힐 때도 힘을 줘야 할 정도다.
작업복을 입었을 때보다 움직이기 힘들다.
ISS에서 6개월을 근무하는 우주인은 반드시 하루에 2시간씩 펭귄 슈트를 입고 운동을 해야 한다.
ISS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 신는 특수 운동화도 있다.
중력이 거의 없는 곳에서는 달리기 위해 발을 구르면 몸이 위로 떠오르기 때문에 운동화 밑창에 찍찍이를 붙여 러닝머신을 ‘달릴’ 수 있게 한다.
지난해 4월 17일에는 우주인 서니 월리엄스가 ISS의 러닝머신으로 42.195km를 뛰며 우주에서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지구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입고 다니는 옷들도 우주에서는 특수한 장치가 있어야 제 역할을 한다.
우주인을 양성하는 커다란 계획도 이런 사소한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