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소비자가 구입한 노트북 컴퓨터의 뒷면에는 ‘MIS’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메이드 인 스페이스’(Made In Space)의 약자다.
노트북 컴퓨터는 이제 공책 한 권 구입하는 가격으로 떨어졌다.
이뿐 아니다.
대형 TV에서부터 DRAM까지 대부분이 껌 값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모두 ‘메이드 인 스페이스’로 대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거 저임금 때문에 중국으로 몰려갔던 다국적 기업들은 앞다퉈 우주에 공장을 차렸고, 에너지 자원이 무궁무진한 우주에서 생산된 제품이 지구로 보내져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화가 가능한 모든 제품은 이제 우주에서 생산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중력 상태에서 기계를 돌리면 영구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을 위한 석유 에너지 소비는 크게 줄어들었고, 공장 없는 지구는 환경 친화적으로 바뀌었다.
한때 세계 최강대국으로 갈 것 같던 중국은 산업 공동화로 시들해졌고, 고유가로 떵떵거리던 중동 국가들은 자국 석유 세일즈를 위해 세계 각국에 무역사절단을 보내고 있다.
시계는 다시 2006년 12월, 미 우주왕복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날아간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정거장에서 고장난 태양전지를 고쳤다.
우주 비행사는 유영을 하며 무게 2000kg짜리 태양전지를 번쩍 들어 옮겼다.
에너지를 제공하는 태양전지가 고장나 우주정거장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었던 것이다.
이들은 부시 행정 부의 신(新)우주정책에 따라 ‘미래의 공장’을 만들기 위해 벌이 벌집에 꿀을 쌓듯 차곡차곡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지난 여름 서명한 미국의 신우주정책은 그동안 극비에 부쳐졌다.
미국의 21세기 생존전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온 신경을 북핵 6자회담에 쏟고 있을 지난 13일 부시 행정부의 핵심 실세인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차관은 한 강연회에서 “신 우주정책에는 우주시스템을 건설할 수 있는 연구시스템 구축, 연구 인력 확충, 민간 기업의 참여 및 우주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정부 부처간의 협력 방안 등을 담고 있다”면서 “우주에서 미국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에 항만∙공항∙정유시설 등 이 미국의 기간산업이었다면 21세기에는 우주와 관련된 것들이 기간 산업이 되기 때문에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미 우리는 우주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휴대폰 통신이 그렇고, GPS 등 네비게이션 시스템, 구글의 인공위성 사진, TV 송∙수신, 심지어 기상이나 지진 관측도 모두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 덕분에 가능하다.
병원에서 흔히 쓰는 MRI(핵자기공명영상법) 검사나 CAT 스캔은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에서 비롯됐다.
오늘날 우주가 지구의 변방이라면 미래에는 우주가 지구의 중심으로 떠오른다는 것을 예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눈을 다시 2030년으로 돌려보자.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인구와 경제 규모는 현저히 줄어있을 것이고, 우주 공장에 접근할 수 없는 삼성∙LG∙SK는 업종을 바꾸든지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
아무런 준비도 안한다면 우리는 가난했던 100~200년 전을 되돌아가 손가락만 빨고 있을지 모른다.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격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
<출처: 조선일보, 2006.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