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의 엔진이나 우주선의 겉을 감싸는 외피로 가장 뛰어난 재질을 뽑는 우주선 재질 선발대회가 열렸다.
철, 알루미늄, 텅스텐 등 다양한 금속과 합금이 참여했다는데..과연, 우승의 영광은 누가 차지하게 될까.
가장 먼저 심사대에 오른 것은 기원전 13세기부터 신소재로 떠올라 자신의 시대를 맞이한 “철(강철)”이었다.
값이 싸고 강한 철은 지금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철은 비중(1기압, 4℃ 상태인 물의 질량과의 비)이 7.9로 다른 소재보다 비교적 무거워 하늘을 넘어 우주로 날아야 하는 우주선의 재질로는 부적합했다.
이번에는 철보다 가벼운 “알루미늄”이 심사에 올랐다.
알루미늄은 철보다는 가볍긴 했지만,강하지 않았고 이리저리 휘는 성질 때문에 심사에서 탈락했다.
다음으로는 약한 알루미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알루미늄을 다른 금속과 섞은 “알루미늄합금”이 등장했다.
“알루미늄합금”은 알루미늄의 성질대로 가벼우면서도 철보다 강해 압력의 변화에 잘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대기권을 통과하는 우주왕복선이나 로켓은 가벼우면서 뛰어난 유연성 뿐만 아니라, 높은 열을 견디는 특성도 갖춰야 한다.
왜냐하면, 우주선은 지구를 탈출할 때 1200°C까지 오르는 높은 온도와 지구로 돌아올 때는 부분적으로 1800°C에 이르는 높은 온도를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작 150°C까지만 견딜 수 있는 “알루미늄 합금”에게 우주여행은 무리다.
그렇다면, 항공기의 날개, 동체, 엔진의 부품으로 이미 널리 사용되는 “티타늄 합금”은 어떨까.
불행히도 항공기의 재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티타늄 합금도 600°C가 넘으면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에 우주선의 재질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다.
“알루미늄”이나 “티타늄 합금”은 그 자체로는 우주선의 재질이 될 수 없지만, 이 두 금속이 손을 잡으면 매우 강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금속들이 1:1이나 1:2 같은 간단한 정수비로 결합하면 금속간 화합물로 재탄생되면서, 1000°C 이상의 고온도 견뎌 내는 강한 금속이 된다.
금속간 화합물 가운데 티타늄과 알루미늄이 1:1로 결합한 “티타늄알루미나이드(TiAl)”는 고온과 저온 모두에서 강한 특성이 있다.
“티타늄알루미나이드”는 초음속 전투기의 엔진에 시험적으로 사용중이며, 미국과 아시아를 4시간에 주파하는 차세대 비행기의 개발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금속과 금속이 아닌, 금속과 비금속 또는 비금속과 비금속의 화합물인 복합재료도 우주선 재질로 주목받고 있다.
알루미늄에 탄화규소가 포함된 복합재료는 기존의 알루미늄보다 강도가 훨씬 높아지며, 탄소와 탄소가 결합한 복합재료는 1800°C 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어 로켓 엔진이나 로켓 앞부분에 종종 사용된다.
그렇다면 금속간 화합물이나 복합재료가 우주선 재질 선발대회에서 우승했을까? 공교롭게도 이번 선발대회에서 단독으로 우승한 선수는 없다.
우주선은 한가지 재료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재료를 놓고, 부분별로 가장 적합한 재료를 선택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주선은 대기와 마찰이 심해 더욱 높은 온도를 견뎌야 하는 곳에는 열을 막는 소재를 부분적으로 덧붙이기도 한다.
여러번 우주를 다녀오는 우주왕복선은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으로 기체를 만든 뒤 방탄조끼에 사용하는 케블러 섬유를 붙이고, 가장 바깥쪽에 세라믹 타일을 붙여 고온에 견디게 한다.
또 1회용 우주선은 열을 막기 위해 표면에 에폭시 수지를 바른다.
에폭시는 대기와의 마찰열을 흡수해 이를 승화시켜 열이 내부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한다.
“우주선 재질 선발대회”에서 비록 가장 적합한 재질의 단독 우승은 없었지만, 다양한 재료들이 그 특성과 기능을 살려 각자의 임무를 다하고 있으니, 모두에게 “공동우승”의 영애를 안겨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