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우주배경) 영화에 나오는 우주인들은 다양한 우주복을 입는다.
몸에 딱 붙어 날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우주복에서부터 “저걸 입고 움직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온몸을 두텁게 감싸 혼자 입기도 힘든 우주복까지 그 형태가 다양하다.
하지만 우주선을 떠나 우주유영을 하거나 행성에 발을 디딜 때는 반드시 헬멧과 각종 생명유지장치가 달린 우주복을 입는다.
우주복은 우주인의 생명을 유지하고 몸을 보호하는 필수품이다.
공기와 압력이 유지되는 우주선 안에서는 비교적 평상복에 가까운 우주복으로 버틸 수 있지만 우주 밖으로 나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구와는 전혀 다른 우주만의 특수한 환경 때문이다.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주에는 공기가 없다.
따라서 산소를 호흡해야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나 생명체는 우주에 그대로 나설 수 없다.
우주복, 정확히 말해 얼굴 부분에 달린 팬이 산소를 공급해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산소를 마신 이상 반드시 내뱉어야 하는 이산화탄소는 손목과 발목에 달린 장치를 통해 필터로 이동해 제거된다.
이 두 가지 장치가 없으면 우주복 안에서 우주인이 질식하는, 별반 아름답지 않은 풍경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차가운 겨울 손 안에 입김을 내뿜으면 손바닥에 아주 작은 물방울이 몽글몽글 맺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호흡을 할 때 수증기가 함께 만들어진다는 증거다.
우주복 헬멧 안에도 이 수증기가 끼어 자외선을 가리고 밖을 내다볼 수 있게 하는 ‘선바이저’를 흐려놓곤 한다.
수증기는 물 분리 장치에 의해 우주복 안의 ‘냉각수’의 일부로 쓰인다.
냉각수는 두꺼운 우주복 안에 ‘갇힌’ 우주인을 시원하게 해준다.
우주복에서도 피부에 가장 가까운 쪽에 있는 층에는 총 92m 가량의 플라스틱 튜브가 들어있다.
이 튜브 안을 시원한 물이 돌아다니며 우주인의 체온을 조절한다.
만약 체온이나 주변의 온도가 너무 내려가면 물의 순환을 멈출 수도 있다.
태양빛이 있으면 120℃ 이상, 아니면 -120℃ 이하로 ‘널뛰기’하는 우주의 온도 변화로부터 우주인을 지키는 것 역시 우주복의 몫이다.
산소와 온도 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압력.
앞서 말한 것처럼 우주에는 공기가 없어 기압이 0다.
반면 사람의 몸은 지구 대기압에 익숙해져있다.
만약 우주에 사람이 그냥 맨몸으로 나간다면 피를 포함한 몸속의 액체가 모두 끓어올라 그대로 사망한다.
이 때문에 우주복은 일정한 압력을 유지한다.
다만 이 압력이 0.3기압 정도로 1기압인 대기압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멋도 모르고 그냥 우주복을 입었다가는 압력이 급격하게 변화할 때 혈액 속에 녹아있는 질소가 끓으며 고통을 유발하는 ‘잠수병’이 발생할 수 있다.
콜라병의 뚜껑을 딸 때 안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가 ‘쏴아~’하면서 기체방울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주인은 우주에 나가기 전 미리 순수한 산소를 마시며 몸속의 질소를 산소로 바꿔간다.
이런 각종 장치를 담고 혹시 일어날 지도 모르는 각종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우주복은 11겹의 특수 직물들로 구성됐다.
체온유지튜브가 달린 ‘내복’ 위에는 송풍관이 장착된 가벼운 나일론 층이 있다.
이 위에는 고무가 코팅된 나일론 직물이 몇 개의 층을 이룬다.
단열을 위한 알루미늄 코팅섬유와 폴리아미드 섬유, 그리고 부직포도 우주복의 주요한 재료다.
가장 바깥쪽에는 프라이팬 바닥으로 주로 쓰이는 테프론이 장착돼 우주의 널뛰기 온도로부터 우주인을 보호하고 우주복 내의 압력을 유지한다.
장갑 끝에는 감도를 높이기 위한 실리콘고무가 첨부된다.
유성이나 우주 먼지와의 충돌, 유영할 때 일어날 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직물들을 ‘질기게’ 만들어놓은 것은 물론이다.
달에 발을 디딘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는 한국 최초 우주인 고산 씨든, 우주로 나가는 모두가 하얗고 큼지막한 특수 선외 우주복으로 몸을 감싸는 이유다.
‘1인용 지구’라고 불러도 될 만큼 정교한 우주복의 원리는 생활용품에도 응용됐다.
대표적인 예가 ‘에어맥스’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운동화다.
이 운동화는 우주복에 쓰인 것 같은 신소재를 이용해 공기를 머금고 압력을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