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꿈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본다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인셉션’.
색다른 발상과 장면들로 관객들에게 흥미를 준 이 영화의 명장면은 꿈속에 나타난 무중력 상태다.
꿈속이 우주공간도 아닌데 무중력 상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속의 설정은 이렇다.
꿈에서 느끼는 중력은 잠을 자고 있는 상태의 영향을 받는다.
즉,중력이 작용하는 지구에서 자고 있다면 꿈에서도 지구처럼 중력이 작용하고, 우주 공간에서 자고 있다면 무중력 상태가 되는 식이다.
또 하나의 설정이 있다.
꿈에서의 시간은 현실보다 12배 느리게 흐른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실에서 짧게 지나간 무중력 상태가 꿈속에서는 길게 지속된다.
감독이 멋진 무중력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영화에서나 가능한 무중력을 설정했기 때문에 이런 논리는 영화 인셉션 안에서만 통한다.
문제의 장면에서 꿈을 꾸는 주인공들은 강물로 떨어지는 승합차를 타고 있었다.
따라서 주인공들은 운동방향이 지구 반대이면서 공기 저항을 받지 않는 ‘자유 낙하 운동’을 하게 됐다.
이때 주인공들은 중력가속도와 같은 가속도를 받으므로 이들에게 작용하는 알짜힘은 ‘0’이 된다.
무중력 상태가 된 것이다.
순간적으로 이런 무중력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번지점프를 하거나 롤러코스터, 자이로드롭 같은 놀이기구를 탈 때, 엘리베이터가 고속으로 내려올 때, 항공기가 갑자기 하강할 때 잠깐 동안 몸이 가벼워지는데 이것이 바로 무중력 체험이다.
자유 낙하 운동 때 만들어지는 무중력은 우주인 훈련에도 사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중력 항공기다.
이 항공기는 엔진출력을 최대로 올려 8~9km의 고도까지 올라간 뒤 중력가속도와 같은 속도로 하강해 무중력 상태를 만든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만드는 무중력 상태는 몇 십 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인셉션’처럼 꿈 속의 꿈에 들어가 순간적으로 지나가버리는 무중력 상태를 길게 늘이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 된다면 1시간 정도 늘려 놓은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인 훈련도 할 수 있고, 우주에 나가지 않고도 무중력 실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카리스쿨(http://www.karischool.re.kr/)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