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만든 헬리콥터, ‘수리온’을 주의 깊게 살펴 보면 수리온 이마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뿔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뿔이 통신 안테나의 일종이거나 풍속 또는 외부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수리온의 뿔은 이런 기능과 전혀 상관이 없다.
또 이런 뿔이 약간씩 변형된 형태는 수리온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헬리콥터의 비슷한 위치에도 장착돼 있다.
멋을 내기 위해 만든 것도 아니고 안테나나 특별한 전자장치도 아닌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보통 와이어커터(Wire Cutter)라 알려져 있는 이 장치는 정확히 WSPS(Wire Strike Protection System; 전선 충격 보호 시스템)라 불리는 비행안전장치다.
쉽게 말하면 줄을 자르는 ‘일종의 줄 끊는 가위’라 볼 수 있는데, 헬리콥터의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장착돼야 한다.
헬리콥터는 비행 특성상 저공비행과 도심에서의 이‧착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정해진 고도에서 비행하고 시야가 깨끗한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일반 항공기에 비해 위험도가 몇 배나 높은 일이다.
낮게 비행하다 빌딩과 충돌할 수도 있고, 착륙하다가 나뭇가지나 가로등에 헬리콥터의 로터가 부딪혀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것보다도 도심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들이 가장 큰 위협이다.
전선의 두께가 얇고 주변의 색에 전선이 묻히기 때문에 헬리콥터 조종사가 비행도중 전선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조종사가 전선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행하게 된다면 전선이 헬리콥터의 로터에 감겨 추락하는 큰 사고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전선으로부터 헬리콥터를 보호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WSPS다.
WSPS는 전선을 발견하지 못한 헬리콥터가 전선에 걸릴 경우, WSPS 안쪽에 난 홈까지 전선을 인도해 헬리콥터의 나아가는 힘으로 전선을 자른뒤 로터에 감기지 않도록 흘려보낸다.
그럼 이 WSPS는 헬리콥터 이마에만 부착되어 있을까? 대부분의 헬리콥터에는 조정석 위 메인로터 앞쪽에 한 개 부착되어 있지만 일부 헬리콥터의 경우 아래쪽에도 한 개 더 장착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착륙을 위해 내놓은 바퀴에 전선이 걸리지 않도록 장착한 것이다.
글 : 양길식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카리스쿨(http://www.karischool.re.kr/)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