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라이트 형제가 동력을 이용한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기 전까지 사람들에게 하늘은 멀고도 낯선 영역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앞선 임진왜란 중 우리나라에서 활약한 ‘비행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조선 후기 실학자 신경준과 이규경이 기록으로 남긴 ‘비거(비차)’가 그 주인공이다.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임진왜란 때(1590년대) 정평구란 사람이 비거(비차)를 만들어 진주성에 갇힌 사람들을 성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그 비거(비차)는 30리를 날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30리는 약 12km.
용도나 비행거리를 볼 때 비거는 바람을 타고 나는 일종의 ‘헹글라이더’였던 셈이다.
비거(비차)가 실존했다면 이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보다 300년이나 앞선 것으로 세계 비행역사를 바꿀만한 발명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품이나 설계도가 남아있지 않아 비거의 형태나 존재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진주성 전투 중에 제작자 정평구가 전사했기 때문에 제작방법이 후세에 전해지지도 않았다.
‘세계 최초 비행기’였을 모르는 비거(비차)의 모습을 상상하며 아쉬움을 달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