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7일 독일 브라운쉬바이크 공대에서는 새보다도 작은 소형 비행기들이 화려한 비행을 선보였다.
세계 각국의 초소형 비행기들이 참가한 ‘초소형 비행체 경연대회’였다.
이중에는 건국대 마이크로비행체로봇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 비행기도 있었다.
이 비행기는 야외다이내믹비행에서 1위, 실내자율비행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4개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올랐다.
건국대 연구팀은 지난 2005년에도 47g의 무게에 12.8cm 크기의 배트윙을 출품해 600m 떨어진 물체를 동영상으로 찍어 전달하는 기록을 세우며 우승하기도 했다.
초소형 비행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걸프전 때였다.
당시 미군은 1.5m 길이의 소형 정찰기를 투입하는데 성공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이때의 성공에 착안해 MIT나 캘리포니아공대 같은 대학과 회사에 연구비를 지원하며 15cm보다 작은 초소형 비행기를 개발하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미국의 에어로바이론먼트사는 1998년 길이 15cm의 초소형 비행기를 만들었다.
‘블랙 위도우’라는 이 비행기는 리튬전지를 이용해 17분 동안 비행했다.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공대와 박쥐 형태의 비행기도 개발하고 있다.
또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는 곤충처럼 날갯짓을 하며 나는 1cm 크기의 ‘스마트 파리’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초소형 비행기 중에는 스마트 파리처럼 날개를 펄럭이며 나는 오니솝터(ornithopter)형, 헬기형, 건국대 배트윙 같은 고정날개형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중 오니솝터형이 크기가 1cm 보다 작은 초소형 비행기에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정날개형 비행기는 크기가 작을 경우 양력을 받기 힘들고 헬기형은 구조가 복잡해 조작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니솝터형 초소형 비행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움직이는 날개 주위를 흐르는 공기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또 날개를 움직이게 하려면 위아래로 왕복운동을 하는 추진기관이 필요한데 이런 장치는 효율이 낮아 고정날개형보다 에너지가 3배나 더 필요하다.
이를 위해 MIT와 캘리포니아공대에서는 각각 다른 동력을 고안하고 있다.
MIT에서는 초소형 전기기계 시스템(MEMS)를 활용한 ‘초소형 엔진’을 개발중이다.
MEMS를 사용하면 소형 반도체보다 작은 크기로 엔진을 만들 수 있다.
캘리포니아공대에서는 잠자리가 날갯짓을 할 때 쓰는 근육을 모방한 인공근육 엔진을 만들고 있다.
인공근육 엔진은 오니솝터형 비행기에 가장 적합하다
초소형 비행기는 적진을 정찰하거나 미사일을 유도하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사람 대신 위험한 환경을 탐사하는 분야에도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산 폭발이 예상되는 지역에 초소형 비행기를 띄우면 화산의 분출 시기와 징후를 관측해 인류에게 닥칠 재난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원전사고나 생화학적으로 오염된 지역에서도 초소형 항공기가 활약할 수 있다.
특히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는 급히 투입된 복구 인력들이 방사능에 노출돼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초소형 항공기를 보내면 피해 정도를 빨리 파악할 수 있고 조난자를 수색하기도 편하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새나 곤충처럼 날아다니는 초소형 항공기가 언제쯤 상용화가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주위를 날아다니는 파리도 눈여겨봐야 한다.
누군가가 보낸 초소형 항공기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