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오전 8시 30분 소형항공기 한 대가 김포공항을 출발했다.
이륙한 항공기는 인천공항 부근 상공 500m 지점에서 구름을 발견하고 12분간 염화칼슘을 뿌렸다.
이 구름은 초속 9m의 속도로 이동해 경기도 평택시 근처에서 비를 뿌렸다.
염화칼슘을 뿌린 지 약 2시간 30분이 지난 뒤였다.
수도권 평지에서 최초로 성공한 인공강우 실험이었다.
하늘에 있는 구름에 특정 물질을 뿌려 비를 만든다는 생각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사의 빈센트 쉐퍼 박사의 것이었다.
그는 1946년 자신의 실험실에서 냉장고 속에 드라이아이스 파편을 떨어뜨리자 수많은 작은 얼음결정이 만들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쉐퍼 박사는 드라이아이스를 구름에 떨어뜨려도 눈이나 비를 만들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1946년 11월 13일 인공강우 비행실험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버나드 보네거트가 요오드화은(AgI) 연소탄을 개발해 인공강우 항공실험에 성공했고,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인공강우 실험이 진행됐다.
현재는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와 오스트레일리아, 태국 등 세계 33개국에서 인공강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강우는 실제 비나 눈이 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보통 구름입자의 지름은 20μm 정도로 미세한데, 이것이 약 2,000μm의 크기의 빗방울이나 1~10cm 크기의 눈송이가 되려면 100만 배 이상 커져야 한다.
또 습도도 400% 이상 돼야 하지만 자연에서 습도 100% 이상이면 비가 내린다.
수증기에 빗방울이나 얼음덩어리로 자라도록 돕는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소금 입자나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먼지 등의 물질이 바로 그것이다.
인공강우에서는 구름에 뿌려주는 드라이아이스 같은 ‘구름씨’가 이런 물질을 대신해 수증기를 성장시킨다.
구름씨를 중심으로 수증기가 뭉쳐 비를 만들고 뿌리게 되는 것이다.
구름씨로 오랫동안 사용돼 온 물질은 드라이아이스와 요오드화은인데, 최근에는 염화나트륨이나 염화칼륨처럼 흡습성이 있는 물질도 많이 사용된다.
현재의 인공강우 기술로는 구름이 존재해야만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
구름도 얼음 결정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온도가 충분히 낮고 수증기를 듬뿍 품고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인공강우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고,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항공기는 이동이나 운송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비를 부르는 데까지 활용된다.
하늘을 나는 기술은 이제 실생활 곳곳으로 들어와 인류의 삶을 유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