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 가운데서 위성을 쏜다

북위0도(적도) 서경154도.

지도를 찾아보면 하와이 남쪽의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지만 이곳에서는 종종 인공위성이 발사된다.

우리나라 인공위성 무궁화5호를 비롯해 최근에는 2008년 1월 15일 아랍에미리트의 통신위성 수라야 3호가 발사되기도 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로켓을 발사할 수 있을까.

바다 밑에 비밀 기지가 있다는 상상을 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는 바다를 떠다니는 움직이는 발사선(배) ‘시 런치’(sea launch) 호가 있다.

시 런치 호는 발사 과정을 제어하는 통제선(command ship)과 로켓을 쏘아 올리는 ‘발사플랫폼’(launch platform)으로 이뤄졌다.

통제선은 로켓을 발사할 때 단계별로 이상 유무를 판단하고, 로켓이 발사된 뒤에도 계속 로켓과 교신하며 틀어진 궤도를 수정해 본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다.

발사체와 인공위성을 발사플랫폼으로 실어오는 것도 통제선의 임무다.

통제선의 바닥에는 커다란 발사체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 있다.

발사플랫폼은 바다에서 석유나 가스를 캐는 시추 플랫폼과 비슷하게 생겼다.

커다란 기둥 위에 평평하고 넓은 공간이 있다.

다른 배가 끌어야 움직일 수 있는 시추 플랫폼과 달리 발사플랫폼은 아래에 스크루가 달려 있어 스스로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자체가 너무 커 평소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정박하다가 발사 시에만 하와이 남쪽 바다로 이동한다.

바다에서의 발사는 어떻게 이뤄질까.

먼저 항구에 정박한 상태에서 발사체를 플랫폼에 옮겨 싣는다.

발사체는 통제선 뒤쪽의 문으로 누운 채 미끄러지듯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발사체는 다시 플랫폼 위쪽의 커다란 상자처럼 생긴 발사대기 장소로 옮겨져 보관된다.

발사체를 실은 플랫폼과 통제선은 어떤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적도상의 바다로 향한다.

플랫폼에서 발사 준비를 마치면 통제선은 발사체가 분사하는 강한 열과 압력을 피해 멀리 이동한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고 필요한 것은 잔잔한 바다뿐이다.

파도가 거세면 플랫폼이 흔들리기 때문에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없다.

땅에서 발사할 때보다 더 힘든 과정임에도 굳이 바다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하려는 이유는 뭘까.

사실 시 런치 호는 바다에서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기보다 적도에서 발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 런치호가 발사한 인공위성을 살펴보면 시험용 위성을 제외하면 모두 정지궤도위성이다.

위성의 궤도 가운데 지구정지궤도는 적도면 상공 고도 3만5786km에 있다.

그래서 적도에서 발사하면 인공위성이 궤도에 도달하는 거리도 단축되고 지구자전속도에 의해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발사체에 연료를 적게 실어도 된다.

발사체의 연료가 적으면 무게가 줄어들기 때문에 인공위성의 무게를 늘려도 된다.

연료를 더 실어 수명을 연장하거나 다른 관측 장비를 추가할 수 있다.

그래서 정지궤도를 도는 20개가 넘는 통신위성과 GPS 위성이 시 런치 호에서 발사됐다.

반면 지구의 세로 방향으로 움직이는 극궤도위성은 적도에서 발사해도 장점이 없다.

위성이 궤도에 오를 때 지구의 자전방향과 거의 90도를 이루기 때문에 자전속도가 발사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지궤도위성이 아닌 이상 굳이 적도에서 발사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내년 6월에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정지궤도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COMS)이 적도 근처의 바다인 기아나 쿠르에서 발사된다.

적도 상공에서 한반도 주변 바다를 내려다볼 CMOS가 바다를 박차고 솟아오를 모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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