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40주년 되는 해다.
아폴로 우주인들은 무려 381kg의 딜의 돌과 달의 토양을 지구의 연구실로 가져왔고,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부셔보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달의 비밀을 파헤쳤다.
하지만 달은 과학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생명이 존재한 증거나 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없는 ‘죽은 별’이었다.
이후 달에는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비밀이 더 이상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이렇게 ‘과학적으로 별 볼일 없는 달’의 이미지는 1996년과 1998년 2대의 소형 위성이 달의 극지 주변을 방문하면서 바뀌었다.
사실 아폴로 계획 당시에는 인간의 안전한 착륙을 위해 적도 주변만 주목했을 뿐 달의 북극과 남극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 탐사선을 보내 다양한 관측을 실시한 결과 죽음의 달에서 생명의 기본이 되는 ‘물’이 있을지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깜짝 놀랐다.
달의 환경은 공기가 없는 진공 상태에다가 강렬한 햇빛으로 온도가 100도가 넘어 물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탐사 결과 극지 부근에 있는 크레이터(달, 위성, 행성 표면에 있는 크고 작은 구멍) 속에는 한 번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은 매우 차가운 ‘영구동토’지역(땅 속의 연중 온도가 0℃ 이하로 항상 얼어있는 땅)이 존재하며 이곳에 얼음이나 흙 속에 포함된 형태로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구 외의 곳에서 그것도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에 물이 있다니! 달은 다시 우주탐사의 중심이 됐고 미국 외에도 유럽, 일본, 인도, 중국 등에서 달 탐사선을 발사했다.
모두의 관심은 달에서 물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애매했다.
물을 찾은 탐사선도 있었지만 물을 찾지 못한 탐사선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조사 결과는 달 상공에서 물 분자가 내는 신호를 간접적으로 관측해야 하는 장비의 한계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9일 달의 남극 부근에 있는 카베우스 크레이터에서 물을 찾는 매우 획기적인 탐사가 이뤄졌다.
이번 탐사는 미항공우주국의 에임스 연구센터가 중심이 된 ‘엘크로스(LCROSS) 계획’으로 이것은 매우 저렴하면서도 독특한 아이디어였다.
먼저 충돌체를 이용해 어두운 크레이터 속에 꽁꽁 숨어 있는 물이 포함된 흙을 공중으로 분산시킨다.
이 때 공중으로 분산된 흙은 관찰하기 좋은 상태가 되므로 그 속을 탐사선이 파고 들어가며 조사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달의 표면에 정면으로 부딪힐 2대의 충돌물체가 필요했으며, 먼저 달 표면과 부딪칠 충돌체는 어차피 우주공간에 버릴 센타우르 로켓의 빈 껍데기가 이용됐고, 흙속으로 들어갈 탐사선은 주 탐사선과 로켓의 연결부분을 개조해 완성했다.
한마디로 충돌에 사용되는 탐사선의 모든 부분이 버리는 쓰레기를 재활용한 것으로 우주개발사상 매우 기발한 계획이었다.
원래 엘크로스 계획은 제2의 유인 달 착륙을 대비해 달 정밀 지도를 작성하려는 목적의 달 정찰 궤도선의 보너스 실험이기도 했다.
충돌 실험은 우리나라 시각으로는 10월 9일 저녁 8시 30분경에 진행됐다.
2.2톤의 센타우르 로켓이 총알보다 2배나 빠른 시속 약 9000㎞로 돌진했고, 크레이터 속에는 직경 20m, 깊이 4m의 미니크레이터가 생겼다.
이로 인해 공중에 뿌려진 350t에 달하는 흙 기둥 속을 9개의 관측 장비를 실은 탐사선이 뚫고 들어갈 수 있었고, 관측된 자료는 실시간으로 지구에 전송됐으며, 탐사선도 달에 충돌하며 임무를 마쳤다.
달 충돌 과정은 훌륭하게 진행됐지만 동시에 실시된 지상에서의 대형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상에서는 충돌로 생긴 먼지 기둥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카베우스 크레이터의 깊이가 예상보다 깊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탐사선이 보내온 자료도 오랜 시간 정밀한 분석을 해야만 물이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너무 많이 알고 있고 가까워서 그동안 무관심해왔던 달.
그는 아직도 풀어야할 비밀을 안고 다시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이 비밀이야말로 우리나라도 달에 가야하는 이유일 것이다.
2009년 11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