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표면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곰보빵처럼 움푹 파인 자국들을 볼 수 있다.
이 자국은 지구의 화산 주변에서 보이는 지형과 비슷한 모양이다.
혹시 달에도 화산 분화구가 있는 것일까?
19세기 이전의 과학자들은 달에 화산 활동이 일어나 곰보자국처럼 보이는 ‘크레이터(crater)’가 생겼다고 믿었다.
석고를 물에 섞어 끓이면 달의 크레이터와 유사하게 생긴 자국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운석이 충돌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당시 지구나 달에 운석이 부딪칠 가능성을 낮게 본 과학자들은 화산활동이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세기 말에 등장한 미국의 지질학자 그로브 길버트(G.K.
Gilbert)의 생각은 달랐다.
달 표면을 관측한 결과 크레이터의 형태와 규모가 지구의 화산 분화구와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운석충돌설을 주장했다.
이후 화성과 수성 같은 태양계 행성에서 달과 비슷한 크레이터가 발견됐고, 크레이터가 생긴 이유로 운석충돌설이 받아들여졌다.
달은 만들어진 이후 수억 년 동안 운석과 충돌해왔다.
지구에는 크기가 작은 운석들이 떨어져도 대기권에서 불타버리지만 대기가 없는 달에는 작은 운석들까지 고스란히 충돌해 표면에 상처를 낸다.
달 표면에 떨어지는 운석의 평균 속도는 초속 12km 정도인데, 운석이 달 표면에 부딪쳐 정지하기 직전에 운동에너지가 충격파로 변한다.
이때 충격파는 엄청난 열에너지로 바뀌게 돼 폭발 현상을 일으키며 둥근 모양의 흔적을 남긴다.
이 흔적은 풍화와 침식 작용이나 지각변동이 없는 달에서 오래도록 남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달 정찰 궤도 탐사선 LRO가 촬영한 결과에 따르면 크레이터 모양은 계속 바뀌고 있다.
최근에 생긴 크레이터가 기존 크레이터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달 표면은 이미 크레이터로 가득해 새로운 충돌이 있을 때마다 크레이터의 모양이 바뀌는 것이다.
이런 크레이터의 연구결과는 달뿐 아니라 지구의 과거도 간접적으로 밝힐 수 있다.
지구와 달은 거리가 가까운 편이므로 달에 부딪친 거대 유성이 지구에 충돌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달에 남겨진 크레이터의 크기와 개수를 분석하면 지구가 겪었던 현상도 추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달 크레이터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카리스쿨(http://www.karischool.re.kr/)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