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유리를 만드는 공장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창이나 병에 사용하는 투명하고 단단한 유리만이 아니라 금속 유리나 녹는 유리 같은 특이한 유리들을 만들어낸다.
유리는 결정을 이루지 않은 고체를 말한다.
금속이나 플라스틱 같은 주변의 고체를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원자와 분자가 딱딱 자리를 맞춰 배열된 결정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유리는 결정 구조 없이 원자와 분자가 무질서하게 모여있다.
이렇기 때문에 작은 충격이나 열에도 쉽게 부숴지지만, 반대로 원하는 형태를 자유로이 만들 수 있다.
과학적인 정의를 따져보면 세상 모든 물질은 유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유리를 만들 때는 모래에 섞인 규소를 녹여 천천히 식힌다.
마찬가지로 금속이나 플라스틱 같은 재료를 규소처럼 잘게 부숴 녹인 뒤 잘 식히면 결정 없는 유리가 된다.
하지만 중력 상태에서는 대류 현상이 일어나 이들이 결정 구조를 이루며 단단하게 결합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무중력 상태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유리 공장이 중요하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어떤 물질이든 깨끗한 유리로 만들기가 쉽다.
녹인 물질을 용기에 담지 않아도 공중에 둥둥 떠서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불순물이 섞이지 않는다.
또 대류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결정이 없는 순도 100%의 유리를 만들 수 있다.
우주에서 만드는 금속 유리는 온도를 조금만 높여도 물렁물렁해져 가공하기 쉽다.
잘 녹는 물질을 이용해 몸 안에 들어가는 대체 의료재를 만들 수도 있다.
규소로 만든 일반 유리 역시 투명도가 매우 높아서, 광섬유 등에 쓰기 아주 좋다.
이 광섬유는 너무나 투명해서 섬유 한 쪽 끝을 유럽에 두고 빛을 쏘면 다른 한 쪽이 있는 미국에서 그 빛이 그대로 보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