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기름을 얼마나 많이 먹을까

보통 자동차의 성능을 평가하는 항목 가운데 연비가 있다.

연비는 휘발유 1리터당 갈 수 있는 거리를 말하는데 보통 중형차의 경우 8~10km 정도를 가며 일부 대형 배기량 차의 경우 리터당 2km뿐이 못 가는 극악의 연비를 가진 차도 있다.

그렇다면,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연료를 얼마나 많이 먹을까?

우선 비행기의 연료부터 알아보자.

자동차의 연료로는 휘발유와 경유가 사용되지만 비행기는 제트A-1라고 불리는 항공유를 사용한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비행기의 연료 소모량은 비행기의 기종, 엔진의 종류 그리고 비행하는 운항 고도, 탑재 중량, 기상 상태, 조종사의 조종 습관에 따라 차이가 난다.

보통 비행기는 이륙할 때 가장 많은 연료를 소모하게 되는데 이는 승객과 화물을 포함해 수백 톤의 기체를 하늘로 띄워 올리려고 엔진을 최대로 가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행기는 대충 얼마 만큼의 연료를 사용하는 것일까?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 비행하는 우리나라의 B747 기종의 경우 1회 비행에 약 62드럼이 소요된다.

한 드럼은 50갤런, 리터로 따지면 약 200리터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한 번 가는데 12,400리터의 기름이 소요되는 것이다.

시간으로 따진다면 김포공항에서 제주도까지 1시간 내외이니까 시간당 60드럼의 연료가 사용되는 것이며 비용으로 따진다면 2009년 1월 국제 항공유 가격 1갤런당 1.5달러를 기준으로 약 558만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데는 약 864드럼, 17만 2천 리터의 기름이 소요되며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비행기 가운데 가장 많은 연료를 소비하는 구간은 인천에서 상파울루 공항까지 가는 노선으로 전체 약 1,700 드럼, 34만 리터라는 어마어마 한 양의 기름이 필요하다.

비행기가 자동차도 된다…테라퓨지아 트랜지션

영화 ‘제5원소’를 보면 주인공 브루스 윌리스가 자동차를 타고 공중에 난 길을 돌아다닌다.

그 길에는 브루스 윌리스의 자동차뿐 아니라 택시와 버스, 다른 자동차들도 보인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대중화된 시대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해 영화 속 볼거리를 다양하게 만든다.

지금은 신기하게 보이는 이런 장면들이 가까운 미래에는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의 벤처기업, ‘테라퓨지아(Terrafusia)’에서 ‘비행기 겸 자동차’를 완성해 내년에 출시할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테라퓨지아사가 개발한 운송수단은 ‘트랜지션’(transition)이라는 이름의 2인승 경량스포츠항공기다.

겉에서 보면 소형자동차에 날개를 붙인 모양으로 생겼는데, 이 날개는 접었다 펼 수 있다.

날개를 펴면 하늘을 나는 비행기로, 날개를 접으면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로도 사용할 수 있는 변신기계인 셈이다.

이 재미있는 기계를 개발한 사람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의 칼 디트리히(Carl Dietrich) 박사다.

그는 2006년 MIT 비즈니스모델 경연대회에서 ‘도로를 달리는 비행기’를 사업모델로 제출해 1위를 차지한 뒤 상금 3만 달러로 테라퓨지아사를 설립했다.

물론 비행기 겸 자동차에 도전한 것은 디트리히 박사와 테라퓨지아사가 처음은 아니다.

1949년 미국의 에어로카인터내셔널사도 자동차에 날개와 프로펠러 엔진을 붙인 에어로카(Aerocar)를 개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장치는 속도가 느리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어 여섯 대만 만들었을 뿐 상용화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비행기 겸 자동차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크게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자동차를 비행기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항공역학적인 면을 고려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트랜지션은 기존의 방식과 반대로 ‘비행기가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항공역학적인 측면을 고려할 수 있었고, 현재까지 실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비행기 겸 자동차로 꼽히고 있다.

트랜지션이 하늘을 나는 원리는 보통 비행기와 같다.

유선형으로 생긴 비행기 날개의 윗면과 아랫면의 압력 차이 때문에 양력이 발생하고, 엔진에서 나오는 추진력 때문에 하늘에서 속도를 낼 수 있다.

트랜지션의 엔진은 하늘을 날 때 뒤쪽에 있는 프로펠러와 연결돼 추진력을 내고, 땅 위에서 달릴 때는 앞바퀴 2개와 연결되도록 만들어졌다.

프로펠러를 동체 뒤에 붙인 이유는 소음과 에너지 효율 때문이다.

프로펠러가 앞에서 돌아가면 비행기 앞의 공기 흐름이 빨라져 공기 저항도 강해지고 소음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도심에서 자동차로 사용하기 어려워지므로 프로펠러를 비행기 뒤에 달고, 프로펠러 좌우에 수직 꼬리날개도 배치해 소음도 줄인 것이다.

트랜지션의 모양을 살펴보면 자동차의 범퍼 부분에 해당하는 곳에서 작은 수평날개인 커나드(canard)를 볼 수 있다.

이는 비행할 때 평형을 잡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뿐 아니라 실속 현상도 막아준다.

실속 현상은 비행기 날개와 공기가 만나는 각도인 ‘받음각’이 지나치게 높을 때 날개가 양력을 잃는 현상이다.

하지만 트랜지션은 커나드에서 먼저 실속이 생기므로 몸체의 앞부분이 앞으로 약간 수그러들게 된다.

이때 날개의 받음각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커나드를 제외한 전체 몸체는 양력을 유지할 수 있다.

날개가 접혀 있는 모습은 메뚜기나 사마귀 같은 곤충의 뒷다리를 연상시킨다.

이들이 긴 다리를 중간에 한 번 꺾어서 접는 것처럼 트랜지션의 날개도 M자 모양으로 접혔다가 펴진다.

이때 걸리는 시간은 30초 정도다.

트랜지션의 비행 속도는 시속 185km 정도다.

또 한 번 연료를 넣으면 760km까지 이동할 수 있다.

연료는 항공유가 아닌 자동차용 무연휘발유다.

자동차로 전환할 때를 대비한 것이다.

연비는 휘발유 1ℓ당 약 13km를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테라퓨지아사는 트랜지션이 항공유 대신 무연휘발유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한다.

또 폭우나 태풍이 들이닥칠 때처럼 기상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어 안전성도 높다고 소개한다.

평상시 날개를 접어 일반 주차시설에 보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트랜지션이 날기 위해서는 500m 정도의 활주로가 확보돼야 하고, 트랜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