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날개짓하는 항공기가 있다면

#1.

하늘 위를 유유히 날던 독수리가 먹이를 발견한다.

독수리는 긴 날개를 접고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

시속 300km 정도의 엄청난 빠르기로 먹이 근처에 도착한 독수리.

그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이를 잡은 뒤 다시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오른다.

#2.

해변의 갈매기들은 날개짓을 하면서 먹이를 찾는다.

과자를 내미는 사람들에게 다가올 때도 날개를 접었다 펴면서 다가온다.

하지만 강한 바람을 만나면 날개를 활짝 펴고 공중에서 정지 상태를 유지한다.

바람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다.

이처럼 독수리나 갈매기는 상황에 따라 날개의 모양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킨다.

양력을 받아 하늘 위에 머무를 때는 날개를 활짝 펴고, 앞으로 이동할 때는 위아래로 날개짓을 하며, 빠른 속도로 땅에 내려올 경우 날개를 접어 몸을 유선형으로 만든다.

바로, 하늘을 나는 새들도 상황에 따른 최적의 날개 모양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새의 날개짓을 항공기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새처럼 상황에 따라 항공기의 날개 모양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더 빠르고 안전하게 하늘을 날 수 있고, 특수한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199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서 시작한 ‘모핑 항공기’(morphing aircraft) 프로젝트다.

물론 날개의 모양이 바뀌는 항공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전투기 F-14로 기상 상태나 비행 목적에 따라 날개의 후퇴각을 공중에서 바꿀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렇게 날개의 각도를 바꾸다보니 F-14는 다른 어떤 항공기보다 비행에 유리했지만 날개 무게는 늘어났고, 기계 장치도 복잡해졌다.

나사에서 개발중인 모핑항공기의 상상도.

연구팀은 그림에서 보이는 날개 모양을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변하게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핑 항공기’는 날개의 각도를 변경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날개의 모양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을 둔다.

모핑은 모습이 변한다는 뜻인데, 영화 ‘터미테이터2’에 등장했던 로봇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로봇은 총알을 맞아 몸에 구멍이 뚫려도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아오고, 팔의 모양을 칼로 바꿔 공격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로봇의 몸이 원래의 형태를 기억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화할 수 있게 설계된 것이다.

모핑 항공기도 마찬가지다.

경우에 따라 날개의 모양을 여러 가지로 변형시킬 수 있는 것.

양력을 많이 받을 때는 활짝 펼쳤다가 앞으로 나가는 힘이 필요하면 독수리 날개처럼 구부려서 추진력을 만든다.

이처럼 비행기 날개의 모양을 바꾸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다.

안경테나 여성 속옷 등에 사용되는 형상기억합금처럼 일정한 조건이 되면 원래 모양대로 복원되거나 전기 신호로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는 특수 소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NASA는 원래 항공기 동체나 우주선을 만드는 재료인 고분자 화합물에 탄소나노튜브를 섞은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고분자 화합물은 플라스틱의 원료로 쓰이는 만큼 가볍고 단단한 물질을 만들 수 있지만, 전기가 잘 통하지 않고 한 번 만들면 모양이 잘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탄소나노튜브를 섞어 전기 전도도를 개선하고 변형도 쉽게 만든 것이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소가 속이 빈 빨대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는 물질이다.

게다가 약한 전기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성질이 있다.

NASA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와 고분자 화합물로 만들어진 새 물질에 전기장을 걸어 측정한 결과 소재의 두께가 실험 전보다 최대 2.6% 늘거나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이 때 필요한 전기에너지도 비슷한 성질을 가진 다른 소재보다 100분의 1 정도였다.

연구팀은 소재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날개 전체에 공기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와 새의 날개 구조를 파악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새가 날개를 통해 공기의 흐름을 감지하고 효과적으로 날개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모핑 항공기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플로리다대학의 릭 린드 연구원이 만든 모핑 날개의 모습.

린든은 모터를 이용해 항공기 날개를 M자와 W자로 변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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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보다 작은 초소형 비행기

이달 17일 독일 브라운쉬바이크 공대에서는 새보다도 작은 소형 비행기들이 화려한 비행을 선보였다.

세계 각국의 초소형 비행기들이 참가한 ‘초소형 비행체 경연대회’였다.

이중에는 건국대 마이크로비행체로봇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 비행기도 있었다.

이 비행기는 야외다이내믹비행에서 1위, 실내자율비행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4개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올랐다.

건국대 연구팀은 지난 2005년에도 47g의 무게에 12.8cm 크기의 배트윙을 출품해 600m 떨어진 물체를 동영상으로 찍어 전달하는 기록을 세우며 우승하기도 했다.

초소형 비행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걸프전 때였다.

당시 미군은 1.5m 길이의 소형 정찰기를 투입하는데 성공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이때의 성공에 착안해 MIT나 캘리포니아공대 같은 대학과 회사에 연구비를 지원하며 15cm보다 작은 초소형 비행기를 개발하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미국의 에어로바이론먼트사는 1998년 길이 15cm의 초소형 비행기를 만들었다.

‘블랙 위도우’라는 이 비행기는 리튬전지를 이용해 17분 동안 비행했다.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공대와 박쥐 형태의 비행기도 개발하고 있다.

또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는 곤충처럼 날갯짓을 하며 나는 1cm 크기의 ‘스마트 파리’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초소형 비행기 중에는 스마트 파리처럼 날개를 펄럭이며 나는 오니솝터(ornithopter)형, 헬기형, 건국대 배트윙 같은 고정날개형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중 오니솝터형이 크기가 1cm 보다 작은 초소형 비행기에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정날개형 비행기는 크기가 작을 경우 양력을 받기 힘들고 헬기형은 구조가 복잡해 조작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니솝터형 초소형 비행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움직이는 날개 주위를 흐르는 공기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또 날개를 움직이게 하려면 위아래로 왕복운동을 하는 추진기관이 필요한데 이런 장치는 효율이 낮아 고정날개형보다 에너지가 3배나 더 필요하다.

이를 위해 MIT와 캘리포니아공대에서는 각각 다른 동력을 고안하고 있다.

MIT에서는 초소형 전기기계 시스템(MEMS)를 활용한 ‘초소형 엔진’을 개발중이다.

MEMS를 사용하면 소형 반도체보다 작은 크기로 엔진을 만들 수 있다.

캘리포니아공대에서는 잠자리가 날갯짓을 할 때 쓰는 근육을 모방한 인공근육 엔진을 만들고 있다.

인공근육 엔진은 오니솝터형 비행기에 가장 적합하다

초소형 비행기는 적진을 정찰하거나 미사일을 유도하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사람 대신 위험한 환경을 탐사하는 분야에도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산 폭발이 예상되는 지역에 초소형 비행기를 띄우면 화산의 분출 시기와 징후를 관측해 인류에게 닥칠 재난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원전사고나 생화학적으로 오염된 지역에서도 초소형 항공기가 활약할 수 있다.

특히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는 급히 투입된 복구 인력들이 방사능에 노출돼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초소형 항공기를 보내면 피해 정도를 빨리 파악할 수 있고 조난자를 수색하기도 편하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새나 곤충처럼 날아다니는 초소형 항공기가 언제쯤 상용화가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주위를 날아다니는 파리도 눈여겨봐야 한다.

누군가가 보낸 초소형 항공기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