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근처의 행복

광화문 근처의 행복

광화문에,

옛 이승만 독재와

과감하게 투쟁했던 신문사

그 신문사의 논설위원인

소설가 오상원은 나의 다정한 친구.

어쩌다 만나고픈 생각에

전화 걸면

기어코 나의 단골인

‘아리랑’ 다방에 찾아온 그,

모월 모일, 또 그랬더니

와서는 내 찻값을 내고

그리고 천 원짜리 두 개를 주는데—

나는 그 때 “오늘만은 나도 이렇게 있다”고

포켓에서 이천원을 끄집어 내어

명백히 보였는데도,

“귀찮아! 귀찮아!”하면서

자기 단골 맥주집으로의 길을 가던 사나이!

그 단골집은

얼마 안 떨어진 곳인데

자유당 때 휴간(休刊)당하기도 했던

신문사의 부장 지낸 양반이

경영하는 집으로

셋이서

그리고 내 마누라까지 참석케 해서

자유와 행복의 봄을—

꽃동산을—

이룬 적이 있었습니다. 하느님!

저와 같은 버러지에게

어찌 그런 시간이 있게 했습니까?

강 물

강 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