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목련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 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많은 눈을 나는 보았다

많은 눈을 나는 보았다

눈물로 가득한 눈

꽃잎처럼 눈물을 뚝뚝 떨구는 눈

이루지 못한 욕망에 한숨짓는 눈

눈웃음짓는 눈

많은 눈을 나는 보았다.

절망한 자의 눈

어린아이의 눈

세상을 초월하는 눈

그리고 흙으로 채워진 죽은 자의 눈을 나는 보았다.

장님의 움직이지 않는 눈도 보았다.

짐승의 눈과 곤충의 눈과

어느 곳을 바라보는지 알 수 없는

미친 자의 눈도 나는 보았다.

사랑할 것이 있는 눈과

사랑을 찾아 헤매는 눈

어떤 눈을 인생을 이미 다 살았고

어떤 눈은 그렇지 않았다.

모든 것,

모든 것을 나는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