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엔 내가

6월엔 내가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유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12 월의 노래

12 월의 노래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 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 말을 많이 했던

빈 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 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고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