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할 때 내 마음은

기도할 때 내 마음은

1

기도할 때 내 마음은 바다로 갑니다

파도에 씻긴 흰 모래밭의 조개껍질처럼 닳고 닳았어도

늘 새롭기만 한 감사와 찬미의 말을 한꺼번에 쏟아 놓으면

저 수평선 끝에서 빙그레 웃으시는 나의 하느님

2

기도할 때 내마음은 하늘이 됩니다

슬픔과 뉘우침의 말들은 비다 되고

기쁨과 사랑의 말들은 흰 눈으로 쌓입니다

때로는 번개와 우박으로 잠깐 지나가는 두려움

때로는 구름이나 노을로 잠깐 스쳐가는 환희로

조용히 빛나는 내 기도의 하늘

이 하늘 위에 뜨는 해.달.별, 빋음.소망.사랑

3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숲으로 갑니다

소나무처럼 푸르게

대나무처럼 곱게 한 그루 정직한 나무로 내가 서는 숲

때로는 붉은 철쭉꽃의 뜨거운 언어를

때로는 하얀 도라지꼬의 청순한 언어를 치워 내며

한 송이 꽃으로 내가 서는 숲

사계절 내내 절망을 모를 내 기도의 숲에 서면

초록의 웃음 속에 항상 살아 계신 나의 하느님

기 도

기 도

오늘은 가장 깊고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게 해 주소서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당신을 떠나보내야 했던

마리아의 비통한 가슴에 꽃힌

한 자루의 어둠으로 흐느끼게 하소서

배신의 죄를 슬피 울던

베드로의 절절한 통곡처럼

나도 당신 앞에

겸허한 어둠으로 엎드리게 하소서

죽음의 쓴잔을 마셔

죽음보다 강해진 사랑의 주인이여

당신을 닮지 않고는

내가 감히 사랑한다고

뽐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을 사랑했기에

더 깊이 절망했던 이들과 함께

오늘은 돌무덤에 갇힌

한 점 칙칙한 어둠이게 하소서

빛이신 당신과 함께 잠들어

당신과 함께 깨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