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잘 가라

그대 잘 가라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늠할 수 없는 하늘 너머 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

잠깐씩 강물 위에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

밤하늘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 고요가 내게 내린다

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 좁혀질 수 없어

그대가 살아 움직이고 미소 짓는 것이 아름다와 보이는

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

나 혼자 뼈아프게 깊어가는 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잘 가라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르다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 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