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피었던 꽃이 어느 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 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깊은 물

깊은 물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물은 기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든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 여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