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10년 전 사용하던 486급 컴퓨터칩을 급히 구한다”는 글이 올랐다.
작성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구형 컴퓨터칩 확보는 NASA뿐 아니라 우주 개발에 뛰어든 모든 기관의 목표다.
미국은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에 XT컴퓨터의 8086칩을 사용하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486급 ERC32칩이 쓰인다.
2006년 우리나라에서 발사한 다목적 실용위성 2호에도 386급 80386칩이 달렸다.
우주에서 구형 컴퓨터칩을 사용하는 이유는 안전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발사될 때 우주선은 큰 충격을 받고, 우주에서는 극심한 온도변화와 높은 에너지를 가진 우주 입자와 맞서야 한다.
8086칩이나 ERC32칩은 이미 우주를 여러 차례 다녀오며 높은 내구성이 입증됐지만, 새로 개발된 칩은 우주에서 사용하지 않아 성능과 내구도가 검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주선 개발자는 전 지구를 뒤져 악조건에서 오랫동안 사용해도 고장나지 않는 ‘튼튼한’ 구형 칩을 찾는다.
오래된 칩이라고 값이 싸지는 않다.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제품이 많아 구형 의료기기에서 쓸만한 컴퓨터칩을 골라내야 한다.
ISS에서 사용한 ERC32칩은 개당 1000만원이 넘는다니, 이 정도면 와인처럼 ‘빈티지’(포도수확연도)에 따라 명품이 결정되는 셈이다.